'160만명 암환자' 잡아야 병원이 산다...암병원 경쟁 치열

후마니타스암병원 주요 실내공간 조감도 /사진=경희의료원

주요 대학병원들 간의 암 환자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희의료원도 암병원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경희의료원은 다음달 5일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암 진료를 시작한다. 1971년 아시아 최대 규모인 1000병상으로 개원한 경희의료원은 이번 후마니타스암병원 개원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기대한다.

후발주자인 후마니타스암병원은 경희의료원만의 장점인 '한방병원'과 '치과병원'의 협진 등을 내세워 타 암 병원과 차별화했다.

한방병원 의료진은 암병원 공간 내 구성된 한의면역센터를 중심으로 면역 강화에 초점을 둔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암 환자의 약 40% 정도에서 나타나는 구강 합병증 치료는 치과병원 의료진이 담당한다. 일본의 빅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암 치료 전, 구강검진 및 치료로 합병증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세계 최초 암병원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암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 로열마스덴' 의료진과 화상협진을 실시해 암 치료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대학병원들의 암 병원 경쟁은 2008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국내 민간 의료기관 중 독립적인 암 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던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으로 암 전문병원을 개원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소위 빅(big)5 병원이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도 암 병원 체제를 갖추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처럼 주요 대형병원들이 너도나도 암병원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정책과 경제난 등으로 인해 대형병원의 진료수익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검사와 비급여 항암제 투여, 수가가 높은 수술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암치료를 병원의 활로라고 판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매년 21여만명의 신규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1999년 이후에 발생한 암환자 중 2016년 1월1일 생존한 것으로 확인된 암유병자 수는 약 161만명에 달한다. 의학기술 발달로 암 환자들의 생존율도 높아졌다.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4년 54.0%에서 2015년 70.7%로 증가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의 암병원 경쟁이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160여만명의 암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의료기기를 경쟁하듯 도입하고, 암 환자의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한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아이디어 경쟁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