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미운오리새끼'? 美 정부·의회 동시에 압박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정한결 기자
구유나 기자
김준석 인턴기자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의회로부터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넘쳐나는 가짜 뉴스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근로자에 너무 낮은 임금을 준다는 '나쁜 고용주' 논란에 휩싸였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 4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지 5개월 만이었다. 이날 의원들은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외국 정부나 정보기관이 미국 대선에 개입할 수 있도록 손을 놓고 있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샌드버그와 도시는 "이런 상황(선거개입)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으며, 대처가 너무 느렸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구글은 이번 청문회에 증인을 내보내지 않았다. 의회가 구글 CEO인 선다 피차이나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 참석을 요청했지만, 구글이 켄트 워커 수석부사장을 내세우면서 참석 자체가 불발됐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구글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부 문제를 숨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스캇 갈로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 경제매체 CNBC에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93%이다. 누가 부른다고 해서 나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 의회는 (테크기업) 규제에 있어서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무능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결과 테크 기업이 의회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의회 청문회를 통과한 IT기업들은 미 법무부 규제도 넘어서야 한다. 데빈 오말리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이달 중 각 주 검찰총장을 소집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경쟁을 해치고 고의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억압했는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구글과 다른 IT 기업들이 보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좋은 정보와 뉴스를 숨기고 있다"면서 "이 심각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당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구글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2016년 대선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표적이 됐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일명 ''스탑 베조스'법 '으로 불리는 500인 인상 사업장 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한 지원금 삭감 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 근로자가 생계 지원을 받을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해당 대기업에 세금을 물리자는 취지다.

샌더스 의원은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119조원)에 육박하는데, 수천 명의 아마존 근로자는 식품 스탬프, 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와 공공 주택에 의지해 살아간다"며 이번 법안 발의가 아마존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법안 이름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이름에서 따왔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식품 스탬프를 받는 직원은 단기 근로자 혹은 시간제 근로자였다"며 "정규직 직원에 대해 15달러(약 1만6000원)의 시급을 지급하고, 건강보험, 퇴직금, 육아휴직 등을 제공하며 기술교육도 한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