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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차라리 굶자"…알레르기 환자 체험 해보니

[알러지를 알려주마-①]영양성분표시 없고, 빼달라하니 '눈치'…無배려에 울었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입력 : 2018.09.09 05:00|조회 : 16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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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빨간날]"차라리 굶자"…알레르기 환자 체험 해보니
"음식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절도 하고 큰일 날뻔했죠"


직장 후배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영화에서만 봤다. 땅콩이나 조개를 먹고 두드러기가 나고 호흡이 가빠지는 경우를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학계에 따르면 식품 알레르기는 성인 100명 중 약 2명이 앓는 꽤 흔한 질환이다. 유병률(인구 집단 중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비율)이 5~8%에 달하는 유아보다는 낮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르고 지냈던 알레르기 환자들의 고충은 무엇일까. 일주일 동안 식품 알레르기를 체험해봤다. 성인 알레르기 환자 비중이 높은 견과류, 해산물(생선, 조개류), 계란을 골랐다.



먹는 줄도 모르고 먹었다



매일 한 봉지씩 먹었던 견과류.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지만 체험을 시작한 뒤 포기해야했다. /사진=남궁민 기자
매일 한 봉지씩 먹었던 견과류.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 챙겨 먹지만 체험을 시작한 뒤 포기해야했다. /사진=남궁민 기자
밥도 빵도 고기도 아닌 음식이라면 일주일 정도 피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씩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떠올렸다. 즐겨 먹던 빵(계란이 들어있다), 모둠회, 과자가 하나씩 식단에서 지워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21개 알레르기 유발식품 가운데 겨우 3개만 해당된다고 가정했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폭은 크게 줄었다.

변화는 체험 첫날부터 찾아왔다. 한식, 중식, 양식을 떠올리며 점심 메뉴를 고르던 순간은 못 먹는 음식을 지우는 과정으로 변했다. A 중국집에는 짜장면에 새우가 들어가니 안되고, B 타이 음식점 음식에는 땅콩버터가 들어있기 때문에 포기했다. 결국 한식 음식점으로 향했다.
순두부 찌개의 계란을 피하기 위해 고른 닭죽. 하지만 먹고 난 뒤 계란이 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진=유승목 기자
순두부 찌개의 계란을 피하기 위해 고른 닭죽. 하지만 먹고 난 뒤 계란이 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진=유승목 기자
'먹어도 되는 음식'을 찾아간 식당에서 메뉴판을 폈다. 즐겨 먹던 순두부찌개를 주문하려 했지만 계란이 들어있었다. 해산물과 계란을 피한 결과 남은 메뉴는 닭죽이었다. 얼마 뒤 나온 닭죽을 몇 숟가락 뜬 것도 잠시. "여기 계란 들어갔는데?" 직장 동료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 생각없이 먹은 닭죽에는 계란물이 풀어져 있었다. 만약 기자가 식품 알레르기를 앓고 있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함께 있던 식품 알레르기를 앓고 있던 후배는 "저는 예전에 모르고 먹었다가 기절한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표=질병관리본부
/표=질병관리본부
식품 알레르기 환자가 유발 식품을 먹을 경우 저림과 현기증, 호흡 곤란, 기절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아나팔락시스 반응'(과민증)이라고 한다.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닭죽에 들어있던 계란은 '체험'하던 기자에겐 실수일 뿐이었지만 실제 환자에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협이었다.



'알레르기=편식'?…빼달라 하니 '눈치'



치킨에 뿌려진 땅콩 토핑. 사진은 기자가 방문한 치킨집과 무관함.
치킨에 뿌려진 땅콩 토핑. 사진은 기자가 방문한 치킨집과 무관함.
가장 곤란한 순간은 음식점에서 알레르기 식품을 빼 달라고 말할 때였다.

체험 4일 차, 인터넷에서 반죽에 계란이 들어있지 않은 가게를 검색한 뒤 찾아갔다. 닭강정을 주문한 뒤 따끈하게 튀겨진 치킨이 상자에 담기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기다릴 새도 없이 닭강정 위에 땅콩 조각을 뿌렸다. 놀란 마음에 땅콩을 빼 달라고 했지만 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빼 달라는 부탁에 귀찮은 듯한 모습이었다.

'환자'로서 당연한 요구였지만 오히려 '나를 유별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차라리 다른 곳을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식품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부족한 배려와 인식은 체험을 힘들게 했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 등이 적혀있는 식품 주의사항 /사진=남궁민 기자
알레르기 유발 식품 등이 적혀있는 식품 주의사항 /사진=남궁민 기자
저녁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찾았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영양성분표에 먼저 눈이 갔다. 초코칩 쿠키 통을 들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었다. 다행히 계란과 견과류가 들어있지 않았다. 안도하며 장바구니에 넣으려던 찰나, '이 제품은 계란을 사용한 제품과 같은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이 문구는 왜 적혀있지?'라고 생각해왔다. 처음으로 문구의 의미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케익 상자에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적혀있지 않다. /사진=남궁민 기자
케익 상자에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적혀있지 않다. /사진=남궁민 기자
하지만 영양성분이 표시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흔했다. 체험 5일 차 되던 날 직장 동료가 생일을 맞아 사무실에서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케이크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영양성분표가 없었다. 홈페이지에서도 영양성분은 알 수 없었다. 케이크에 계란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갈 순 있었다. 그러나 특정 과일이나 곡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겐 곤란한 상황이다.



질병 만큼 힘든 '무관심'…알레르기 환자 인식 높여야




지난 7일을 끝으로 알레르기 환자 체험을 마쳤다. 많은 음식을 포기했다. 영양성분표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번거로웠다. 하나씩 따지다보니 식사를 건너 뛰고 싶은 적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부족한 배려였다. 음식점에서 특정 음식을 빼 달라고 부탁할 땐 유별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돌아왔다. 아예 영양성분이 표기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흔했다.

체험을 시작한 계기가 된 후배는 "군대에서 알레르기가 일어나 온 몸에 발진이 생겼는데도 근무를 내보낸 지휘관도 있었다"며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들 중에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형 음식점은 그나마 성분표시가 된 경우가 많지만, 작은 곳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최소한 유발 물질이 포함됐는지 여부라도 게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제도 대상에는 점포수 100개 이하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아닌 업소는 제외되어 있다. 또한 '포장된 식품'이 아닐 경우 표시 대상에서 빠진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표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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