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 닮은꼴에서 '중국판 게이츠'로…마윈, 승계계획 밝힌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강기준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 자신의 54세 생일인 오는 10일 경영승계와 은퇴 후 자선사업 계획 등에 대해 발표할 전망이다. 그동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마 회장이 앞으로는 활발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윈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 앞으로의 시간과 재산을 교육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곧 은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마 회장은 앞서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곧 교육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연내 은퇴를 시사했다.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대학에 들어가 창업 전까지 영어교사 생활을 했었던 마 회장은 "잭 마 재단(Jack Ma Foundation)을 10여 년간 준비해왔다"며 "알리바바 CEO보다 교육자로서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바바의 한 대변인을 인용해 "마 회장이 은퇴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당분간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알리바바 경영권을 이어받을 젊은 임원 세대를 준비시키기 위한 승계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지난 2015년 5월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중국 항저우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마 회장은 1999년 6만달러(현재 환율로 6700만원)의 자본금으로 알리바바그룹을 설립했다. 첫 사업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다른 업체에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였다. 이후 2003년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설립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세계 8억7000만명의 고객에게 하루 5500만개의 물품을 배송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도 4000억달러(약 450조원)를 넘는다.

마 회장과 알리바바의 성장기는 베조스의 아마존과 비슷하다. 마 회장과 베조스 아마존 CEO는 1964년 동갑내기로 둘 다 전자상거래 사업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컴퓨팅, 모바일 결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IT(정보기술)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베조스 CEO가 2013년 언론사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자, 마 회장도 2015년 SCMP를 사들이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마 회장의 구체적인 은퇴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같은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계 가장 관대한 자선사업가 중 한 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발자취를 따르길 원한다"며 "나는 게이츠만큼 부자가 되는 건 할 수 없지만, 빨리 은퇴하는 것은 그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2008년 54세의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한 자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윈의 유력한 후계자로는 현재 알리바바그룹 CEO인 장용이 거론된다. 2015년 5월 당시 43세의 젊은 나이로 CEO가 된 장용은 그동안 마 회장을 도와 알리바바의 '신유통' 전략을 추진했으며,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투더우(優酷土豆)', 음식배달 서비스 '어러머(餓了麽)' 등의 굵직한 인수합병 작업도 진두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