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취소? 수수료 내라니…소비자 '분통'

6일 일본 훗카이도에서 발생한 6.7 규모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삿포로 모습 /사진=뉴스1

일본 홋카이도에서 6.7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관광객들이 혼란을 빚고 있다. 고민 끝에 항공권을 취소하려 해도 항공사별로 취소 수수료 규정이 모두 다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훗카이도 치토세 공항행 항공권은 10일부터 최장 이달 20일 출발일 예약 티켓까지 취소·변경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다만 항공사별로 취소 수수료 규정이 다르다.

대한항공은 9일 출발하는 항공권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10일 항공권은 취소가 아닌 예약 변경 수수료만 면제해주다 면제 기한을 늘렸다. 대한항공은 12일까지 출발하는 항공권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13일부터 19일까지는 취소가 아닌 예약 변경 수수료만 면제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진 상황에 따라 환불, 예약변경 지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11일까지 환불이나 예약 변경할 때 위약금을 면제해준다.


티웨이항공은 10일 출발하는 항공권까지 수수료를 면제한다. 진에어는 지난 6~7일 항공권에 한정해 취소·예약변경 위약금을 면제해줬다.

제주항공은 항공사에서 결항한 항공권만 환불이나 예약 변경 때 위약금을 면제해준다.

이스타항공도 당초 항공사에서 결항한 항공권만 면제해줬으나 홋카이도에 여진이 계속됨에 따라 이달 20일까지 무료 환불 가능하도록 이날 기준을 바꿨다.

지진으로 치토세 공항이 폐쇄되면서 앞서 국내 항공사들은 이달 7일까지 모든 항공편 결항을 결정했다.

반면 일본 국적 항공사들은 국내 항공사보다 수수료 면제 인정 기간이 더 길다.

일본항공(JAL)의 경우 이달 12일까지 치토세 공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권은 무료로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일본 항공사 ANA는 수수료 면제 기간이 이달 19일까지다.

소비자들은 항공사마다 다른 취소 수수료 규정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1)도 가족과 함께 첫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수수료로만 12만원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항공권은 1장당 22만원 주고 샀는데 취소 수수료가 12만원"이라며 "17일 출국 예정일인데 그때 여진이 발생해 비행기가 결항 돼 무료로 취소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손모씨는 "정작 일본 호텔들은 취소불가 상품인데도 지진으로 무료 취소를 해주는데 우리나라 항공사나 여행사는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7~8월 숙박·여행·항공 등 휴양·레저분야 소비자 피해신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소비자원 피해구제 접수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2170건 △2016년 2796건 △2017년 3145건 등이다. 대표적인 피해 유형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때 해당 업체가 환급을 지연 혹은 거부하는 경우였다.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롬복섬 지진이 발생했던 지난달 5일부터 13일까지 국외여행 관련 소비자 상담접수는 모두 4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급증했다.

주요 내용은 천재지변이 발생했는데도 여행사에서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다며 위약금을 요구한 사례다. 항공사에서도 별도 지침이 없어 취소 수수료를 내야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을 보면 천재지변·전쟁·정부의 명령·운송·숙박기관의 파업·휴업 등으로 소비자가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관련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환급해주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일종의 권고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약관이나 규정이 있는데 민간 기업이라 모두 다르고 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며 "아무래도 약관 등은 사업자가 만드는 것이라 소비자보다는 사업자에 유리하게 작성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계약에 사인을 한 이후부터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기 때문에 계약 전 약관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홋카이도 지진처럼 국가적 재난 상황에 항공기가 운행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불 등에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위가 천재지변에 대한 해석뿐 아니라 여행가능 여부에 대해 기준을 만들어주고 업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