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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다고? 난 절대로 틀리지 않아"

[the L]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재판거래 문건에도 '무오류주의' 고수하는 대법원…사건 자체 인정 않는 법원이 재판하면 결과는?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입력 : 2018.09.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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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다고? 난 절대로 틀리지 않아"

"재즈는 편안하지 않아. 그럼, 아니고 말고. 시드니 베쳇은 누가 자신더러 '틀린 음을 연주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그를 총으로 쐈어. 재즈는 결코 편안하지 않아." (It's not relaxing. It's not, it's not. Sidney Bechet shot somebody because they told him he played a wrong note. That's hardly relaxing.)

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대사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이 재즈를 싫어한다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를 재즈클럽으로 데려가 한 말이다. 재즈가 얼마나 치열한 음악인지 설명하려고 한 얘기다.

재즈를 주된 축으로 삼는 이 영화에는 루이 암스트롱, 찰리 파커, 마일즈 데이비스 등 재즈 역사를 수놓은 거장들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시드니 베쳇도 그 중 한명이다.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재즈의 태동기를 이끈 베쳇은 전설적인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자였다. '푸른 지평선'(Blue Horizon) '여름날'(Summertime) 등의 명곡을 남겼다.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는데, 세바스찬이 말한 총기 사건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1929년 파리에서 베쳇의 연주를 듣고 있던 한 음악 프로듀서가 그에게 "음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베쳇은 "시드니 베쳇은 절대로 잘못된 음을 연주하지 않아"라며 총을 꺼내 쐈다. 이 사건으로 베쳇은 프랑스 감옥에 11개월 동안 갇혔다가 미국으로 추방됐다.

사실 베쳇은 음표를 잘 볼 줄 몰랐다. 천재적인 감각에 의존해 연주하는 스타일이었다. 즉흥연주와 의도된 음 이탈을 즐겼다. 그런데도 연주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프로듀서에게 '무(無)오류'를 추구하던 뮤지션의 자존심이 광기로 폭발한 모양이다.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은 비단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종교에 있어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은 더 깊고 오래됐다. 교황 비오 9세는 1870년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교황은 무오류"라고 공식선언했다. 33년 뒤 교황에 즉위한 피우스 10세는 "교황에게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 신앙과 도덕의 문제를 규정함에 있어 그는 절대 무오류다"며 "감히 교황의 절대 무오류성을 부인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이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런 교황처도 1992년 요한 바오로 2세 시절 300년도 더 된 갈릴레이 종교 재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 아직도 '무오류주의'를 고수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대법원이다. 사법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대법원은 단 한번도 재판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재판 자체와는 상관없는 법관 사찰 등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이다.

고위 법관들은 입을 모아 "내가 아는 한 재판거래 같은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에 대한 외교부의 의견서와 전국교직원노조 재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항고이유서가 대법원에 제출되는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정황을 담은 문건이 발견됐는데도 마찬가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재판거래' 대신 '최근 현안'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피해갔다.

대법원이 '무오류주의'를 한번도 내려놓지 않은 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용기있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강기훈 유서대필 등 진상이 확인된 사건들을 재심을 통해 바로잡았다.

재판거래에 대한 사과는 확정판결이 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재판거래 사건에 대한 재판을 누가 하나? 사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이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까?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10개 가운데 9개 꼴로 법원에서 기각되는 건 우연일까? 사법부가 '무오류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사법농단 재판은 하나 마나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9월 13일 (05: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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