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호황은 누구 덕?....트럼프 vs 오바마 '티격태격'

미국 경제가 9년반째 확장세를 이어가고,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그 공을 놓고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호황이라며 팩트와 과장을 뒤섞어 자신의 치적인 양 자랑을 늘어놓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원사격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경제 호황은 자신의 임기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1%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던 GDP(국내총생산)는 4.2% 성장 대신에 마이너스 4%를 기록했을 것"이라며 "나는 규제철폐와 감세로 우리의 아름다운 경제 엔진을 돌렸다. (민주당이 승리했다면) 우리 경제시스템은 질식을 당하고, 악화됐을 것이다. 여전히 할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4.2%에 달하고, 8월 실업률이 3.9%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호황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정책 덕 뿐이며 민주당이 집권했으면 경제가 엉망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발언은 앞서 오마바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지표 자랑에 일침을 놓을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일리노이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지금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 이 경제회복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기억하자"며 "일자리 지표가 나올때 갑자기 공화당은 이것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일자리 지표는 2015~2016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나는 그들에게 상기시켜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오바마 지우기'에도 반응을 자제하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불문률을 고수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시작하면서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지표 자랑에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연설 이후 곧바로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다코다주 파고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오바마)가 현재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일에 대한 공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것(공을 차지할 사람)은 그가 아니다. 오바마 시절 경제회복세는 역사상 가장 낮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008~2009년 경기침체 이후 미국 경제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다른 경기침체기 이후보다 둔화됐지만,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특별한 경제개입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유별나게 지속적인 확장세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9년반 이상 확장세를 지속하고,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95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19개월 동안 미국 경제는 358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19개월간 396만개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분기 GDP성장률이 연율 4.2%를 기록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경제는 오바마 행정부의 말기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가장 높은 성장률은 오바마 행정부시절인 2014년 3분기 4.9%였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오바마 행정부 후반기에도 좋은 상황이었다"며 "감세가 경제를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장기적인 재정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4.2%)이 100년 내 처음으로 실업률(3.9%)보다 높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지적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48년 이후 185개월 동안 미국 GDP성장률이 실업률보다 높았다. 가장 최근은 2006년 1분기로, GDP성장률은 연율 5.4%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1월 4.7%, 2월 4.8%, 3월 4.7%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