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증후군 비껴간 아모레 동기 4인의 열정, 그리고 도전

향 브랜드 '프라도란트'를 탄생시킨 아모레퍼시픽 김건호·허소연·한재호·김민규씨(왼쪽부터)/사진=양성희 기자

입사 3년차. 새로움은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는 시기다. 직장생활의 첫 번째 고비로 흔히 3년차를 꼽는다. 평균 나이 28.5세의 아모레퍼시픽 입사 3년차 동기 넷은 달랐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들의 눈빛에선 권태를 찾을 수 없었다.

아모레퍼시픽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향(香) 전문 브랜드 '프라도란트'를 탄생시킨 김건호(32)·한재호(30)·김민규(27)·허소연(25)씨를 최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에서 만났다.


7월 말 출시된 '프라도란트'는 기능성 향수를 주력 제품으로 삼은 브랜드다. 좋은 향을 내면서도 땀 냄새를 잡아주는, '프라그랑스+데오도란트'를 콘셉트로 잡았다.

네 사람은 2016년 1월 나란히 입사한 동기다. 절친한 사이여서 '야', '너'로 부르면서도 일할 때만큼은 'OO님'으로 호칭하며 서로를 존중한다. 맏형 건호씨는 특별히 '대장'으로 불린다. 브랜드 론칭은 '대장' 건호씨가 제안했다. 나머지 동기들이 뜻을 모으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요, '데오도란트 기능이 있는 향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동기들과 금방 마음이 맞아서 올해 1월부터 공식적으로 조직을 꾸려 일을 시작했죠. 무역학, 경영학, 경제학, 역사학 등 대학 전공도 다양하고 제품 개발, 글로벌 마케팅, 영업 전략 수립, 매장 분석 등 각각의 브랜드에서 해오던 업무도 달랐는데 그래서 더 도움이 됐어요."


제품 개발부터 홍보·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프라도란트의 모든 업무는 네 사람의 손에 달렸다. 브랜드 출시 전 하루하루는 '테스트'의 연속이었다. 좋은 향을 내면서도 땀 냄새를 잡아주는 프라도란트 제품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실험대상이 됐다. 보디크림을 바르고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1층에서 16층을 뛰어 올라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피트니스·크로스핏 센터도 등록했다. 덕분에(?) 네 사람 모두 살이 빠졌다.

'길거리 테스트'도 주저하지 않았다. 프라도란트 제품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화이트데이인 3월14일, 네 사람은 '냄새 측정기계'를 들고 서울 홍익대 앞을 찾았다. "고객의 니즈(요구)를 알아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체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측정 결과 생각보다 수치가 높게 나와 충격받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설명됐죠."

네 사람은 프라도란트를 탄생시키기 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뒀다. 오는 11월 북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 얻은 반응을 토대로 국내시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케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지인들의 도움이 커 민규씨는 "(언젠가 받을 결혼식) 축의금을 미리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기존 아모레퍼시픽 채널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일부러 쉽게 가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이어 "서두르지 않으면서 '위트있는 스타일링이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