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신흥국 채권, 5년 만에 발행 최저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지난 1년간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신흥국 채권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올해 여름 신흥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지난 6~8월 신흥국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280억달러(약 31조6200억원), 정부 발행 채권은 40% 줄어든 212억달러(23조9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미 달러화 표시 채권이다.

이는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 때보다 적은 물량이다. 당시에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통화, 채권, 주식이 모두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글로벌 경제 성장에 힘입어 수익률 높은 신흥국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흥국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 발행량이 사상 처음으로 5000억달러(564조8500억원)를 돌파하며 기록을 경신했다.

사마드 시로헤이 시티그룹 DCM(채권자본시장) 부문장은 "지난해 신흥국 발행 채권 물량이 기적적인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지난 4개월간 발행 물량이 평균 이하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흥시장의 투자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달러 기조로 통화가치가 떨어졌고, 보호무역주의와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경제 위기까지 겹치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기업들은 채권 발행을 철회 또는 연기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인도네시아 부동산 개발업체인 '인티랜드 디벨롭먼트'는 11.5%라는 높은 수익률에 2억5000만달러 규모 3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을 이유로 철회했다. 중국 석유회사 시노펙은 회사채 발행으로 3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발행금리 상승으로 실제 발행액은 24억달러에 불과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상환도 문제이다. 기존에 발행한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갚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향후 3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 채권 규모는 3조2297억달러(3640조1900억원)로 사상 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