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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불량판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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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사법 농단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불성실하고 고압적인 일부 '불량판사'들에 대한 얘기다. 사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처리하는 판사도 적잖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직접 법정을 찾아가 이런 '불량판사'들의 모습을 취재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됐어요. 알아서 하세요"…법정의 폭군 '불량판사'들



[불량판사]① 소액·단독 재판 천태만상

[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판사 : 묻는 말에나 답하세요. 원고가 피고한테 자재를 공급하고 456만원을 피고에게서 받는 건 어떠세요?
피고 : 그걸 다시 팔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요?
판사 : (말을 끊으며) 됐어요. 팔든 못 팔든 알아서 하세요. 딴 얘기할 필요 없어요. (중간 생략) 피고가 원고에게 줘야 할 부당이득금은 250만원으로 하시죠. 얘기는 더 하지 마세요. 양쪽 동의하면 이대로 진행하고, 동의 안하면 판결하겠습니다.
원고·피고 모두 : 동의 안합니다. 왜냐면...
판사 : (말을 끊으며) 이유 설명 안해도 됩니다. 결심(변론 종결)하고 나중에 판결합니다. (원고·피고가 말을 하려고 하자) 그만 하세요. 그 정도로 하세요.

최고 기온이 37도에 육박한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 소액재판에서 판사와 원고·피고 사이에 오간 대화다. 원고가 600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판사는 처음에 456만원의 배상액을 인정했다. 그러다 돌연 "원고·피고 둘 다 과실이 있다"며 윽박질렀다. 판사가 배상액을 250만원으로 정해 조정을 권했지만 원·피고 모두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원고 김모씨의 이번 재판은 이렇게 단 3차례의 기일만에 변론이 종결됐다.

김씨는 "처음 456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피고가 항의한다고 해서 250만원으로 합의를 보라고 하더라"며 "판사가 일관성이 없다. 재판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토로했다. 며칠 후 선고에서 김씨에게 인정된 배상액은 단 198만원이었다. 김씨는 "합의하라고 했는데 안해서 괘씸죄 때문에 판사가 제시한 합의액보다도 50만원 이상 깎인 것 같다"며 "결과가 당혹스럽지만 짜증이 나서 항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단독재판부 심리로 진행된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법정. 분양대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인(변호사)이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증인이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변호사는 판사에게 "증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고 호소했다.

판사는 턱을 괴고 신문 과정을 지켜보다 고개가 휘청일 정도로 졸고 있었다. 겨우 졸음을 쫓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천장에 달린 전등을 쳐다보던 판사는 "나는 다 알아 듣는다"며 변호사의 호소를 무시했다. 약 400명에 달하는 판사들이 속한, 대한민국 최대 법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의 모습이다.

[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 해 1심 법원에 접수되는 민사·형사 소송사건의 수는 124만9400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1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가 참여하는 합의부 재판은 5%에도 못 미치는 6만1000여건에 불과하다.

소송가액이 2억원 이상일 경우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민사사건이나 사형·무기징역 및 형기의 하한이 1년 이상인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형사사건만 합의부에 맡겨진다. 그 외의 모든, 사실상 법원에 새로 접수되는 대부분의 사건이 단독재판부에 의해 다뤄진다. 그 중에서도 3000만원 이하 사건은 소액재판으로 진행된다. 소액재판을 포함해 단독재판부 관할 민·형사 사건은 2016년 기준으로 118만8000여건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머니투데이 '더엘'(the L) 기자들이 직접 서울중앙지법 단독·소액재판 법정에 들어가 취재한 결과, 다수의 단독·소액재판부 판사들이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 민사단독 재판에서 판사는 원고와 피고가 모두 출석해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음에도 법정에서 10여분 동안 기록만 읽었다. 그 시간 동안 원고·피고 모두 멀뚱멀뚱 판사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판사가 원고 측 변호사에게 "청구원인이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새로 주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이후 시간대에 재판이 잡힌 당사자들이 꾸역꾸역 법정으로 밀려 들어왔고 재판은 줄줄이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소액재판정에서는 판사가 원고와 피고에게 피상적인 질문을 던진 후 "조정에 응하겠냐"고 수차례 물었다. 재판을 받고 싶어 소장을 내고 기일에 출석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받으려던 이들에게는 맥 빠지는 순간이다. 서울 한 중견 로펌의 A변호사는 "소액 재판 현장에서는 재판하기 전부터 판사가 '2층 가서 조정하고 오세요'라고 마구 올려보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며 "법정이 아니라 완전 시장통이나 마찬가지"라고 씁쓸히 말했다.

판사가 시급한 사건을 내팽개치고 자리를 비워 당사자가 재산상 피해를 입을 뻔한 경우도 있다. 한 변호사는 "법원에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결정이 안 나와서 확인했더니 담당 판사와 대직(代職) 판사가 모두 휴가를 갔더라"며 "다행히 강제집행 전에 인용 결정이 났지만, 이런 시급한 사건을 두고 담당 판사와 대직 판사가 한꺼번에 휴가를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불량판사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단독·소액재판에서 불성실하고 독단적인 재판 진행 사례가 자주 보인다는 게 변호사들의 증언이다. A변호사는 "특히 소액사건의 경우는 당사자들이 제대로 쟁점을 다퉈보지도 못하고 승·패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판결문도 주문 한 줄만 적혀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항소를 하려고 해도 무엇 때문에 진 건지 모르니 항소 이유서를 쓰는 자체가 곤혹스럽다"고 했다.

'불량 판사'들 때문에 변호사 업계에선 웃지 못할 관행도 생겼다고 한다. 한 대형로펌의 B변호사는 "의뢰인의 사건이 단독재판부에 배당됐다고 하면 소송가액을 일부러 올려서 합의부에서 1심을 받도록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소송가액이 높아지면 법원에 내야 할 인지대도 많게는 수백만원씩 늘어날 수 있지만 불량판사에게 배당될 위험을 고려하면 그 정도 부담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황국상 기자, 손소원 인턴기자, 원은서 인턴기자




승진을 포기한 판사, '승포판'을 아시나요?



[불량판사]② 신뢰 갉아먹는 '승포판'들, 법원행정처 "경쟁력 급격한 약화 우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재판의 항소심(2심)은 변론이 단 한 번만 열리고 바로 선고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선고도 대부분 원심대로 나온다. 1심 판결을 뒤집으려면 수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해야 하고 판결문도 처음부터 다 새로 써야 하는데, 판사들이 그걸 귀찮아 하는 것 같다."

서울의 한 중견로펌 소속 A변호사의 하소연이다. A변호사는 "대개 소액재판의 판결문은 사실이나 쌍방 주장을 나열하지 않고 원고 승·패소에 대한 주문 한줄만 담긴다"며 "이 때문에 항소를 하려고 해도 왜 패소했는지 몰라 항소 이유서를 쓰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그렇게 항소를 해도 판사가 재판을 대충 끝내면 맥이 빠진다"고 했다.

◇무조건 '항소 기각' 판결 내리는 판사

소송가액이 작다고 억울함이 덜한 건 아니다. 금액이 크지 않은데도 소송비용을 감수하면서 항소심까지 갔다면 그만큼 절박하단 얘기다. 그런데 판사가 제대로 얘기도 들어주지 않고 곧장 원심대로 판결을 내리면 심정이 어떨까?

문제는 소액사건 또는 민사단독 사건의 항소심을 맡는 지방법원 민사 합의재판부의 일부 판사들이 불성실한 재판 진행으로 사법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 '승진을 포기한 판사', 이른바 '승포판'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올해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는 폐지됐지만, 서울 등 선호하는 지역과 좋은 보직으로의 전보는 판사들 입장에서 승진과 다름없다. 이런 '영전'을 포기한 판사들 입장에선 재판을 열심히 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1심에서 합의부에 배당된 큰 사건과 단독재판부에 맡겨진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은 이후 2심 절차가 다르다. 1심이 합의부에서 이뤄진 사건은 해당 지방법원을 관할하는 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는다. 반면 1심이 지방법원의 소액재판부나 단독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의 경우는 항소심을 해당 지방법원의 합의부가 맡는다.

둘 다 대법원까지 3심을 받을 수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2심 단계에서 끝난다.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되는 경우가 많은 작은 사건의 경우엔 사실상 2심이 제대로 다퉈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은 민사 단독사건의 2심을 맡는 지방법원 민사합의부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 재판부의 불성실한 재판 진행 사례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생긴 인식이다.

대형 법무법인(로펌) 소속 B변호사는 "경험칙상 지방법원 민사합의부에 소위 '승포판'들이 많아서 재판 진행이 심드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한 승포판은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든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무조건 '항소 기각'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분명 쟁점이 있어서 1심에서의 문제를 충분히 지적해도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 다른 대형 로펌 소속 C변호사의 한 의뢰인은 2016년 1월 피고에게 토지인도를 요구하는 소송과 관련, 서울 모 지법의 1심 단독재판부에서 패소하고 그 해 2월 항소심 단계에서 C변호사를 찾아왔다. C변호사의 검토 결과, 1심에서 의뢰인이 패소한 데에는 한 전문가가 쓴 감정서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이 감정인은 자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휘말려 있었다.

C변호사는 "1심 전문가의 자격에 문제가 있으니 해당 감정인을 기피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1심에서 의뢰인에게 패소를 안겨준 해당 감정서의 효력 자체를 탄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만 보냈다. 결국 해당 재판장은 항소심이 제기된 지 2년 후 정기인사를 통해 다른 법원으로 발령이 났다. 새 재판장이 오고 난 후 C변호사의 의견이 일부 받아들여져 토지 재감정이 실시됐지만 의뢰인은 2년 넘게 애를 태운 뒤였다.

A변호사는 "승포판들의 황당한 행태는 언론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심한 서울에서는 덜한 편이지만 지방 소재 소규모 법원에 가면 말도 못 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 '승포판 좌천성 전보'까지 검토
'승포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도 이 '승포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공개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 중에는 '승포판'들의 문제로 "출퇴근 시간 미준수, 재판 업무의 불성실한 수행, 배석판사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을 꼽으며 "사법부 경쟁력의 급격한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보고서도 있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보고서에서 '해당 법관의 의사에 반하는 전보 등 인사조치'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불량판사들의 문제는 재판 등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투명화됨에도 불구하고 사법신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2015년 11월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의 사법절차에 대한 이해도 및 재판에 관한 인식 조사의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실제 재판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214명의 국민들은 '재판을 통해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에 최하 1점(상당히 낮아졌다)에서 최고 5점(상당히 높아졌다) 중 평균 3.28점을 줬다. 3점은 '변화가 없다'는 점수였다.

'재판을 통한 사법절차에 대한 이해 상승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점수는 3.44점에 불과했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에 대한 점수도 3.29점에 그쳤다. '재판에 대한 만족도' 점수는 3.29점, '재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은 정도'에 대한 점수는 3.58점이었다.

황국상 기자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 싫어"…막가는 판사들



[불량판사]③ 공개법정서 제멋대로 '원님재판'…변호사 "부끄럽다"

[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재판은 결과뿐 아니라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러 사람의 감시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법정 문은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일부 예외를 빼면 누구나 법정에 들어와 전혀 모르는 남의 재판을 방청할 수 있고,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식으로 '원님 재판'을 하는 '불량 판사'들의 행태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펴낸 '법관 문제사례' 보고서에서 따르면 당사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본인의 편의를 위해 조정을 강요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

제보에 따르면 A판사는 조정을 강요하다 통하지 않자 "내 생각대로 판결하겠으니 항소하라"면서 변론을 종결했다. 변호사가 A판사를 설득하기 위해 증거를 제시했지만 A판사는 "푸흡"이라며 비웃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당사자들이 조정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사건은 결국 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사건을 제보한 변호사는 "본인 생각대로 판결을 할 수 없게 되자 다른 판사에게 사건을 넘기기 위해 시간을 끈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B판사는 조정절차가 4회나 진행됐음에도 사건 쟁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조정만 강요했다고 한다. B판사를 제보한 변호사는 "판사가 2회 기일부터 피고들이 모두 조정을 거부했음에도 무리하게 한 번 더 조정을 잡고, '더 이상의 조정은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원고 대리인들에게 협박하듯 소리질렀다"고 말했다.

형사법정에서 변호인의 주장을 트집잡아 피고인을 가중처벌하겠다고 윽박지른 판사도 있었다. C판사는 변호인을 향해 "왜 이런 식으로 주장을 했느냐" "변호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피고인을 가중처벌하겠다"고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D판사는 변호인이 검사의 증인신문에 이의를 제기하자 "동네 양아치나 하는 짓을 한다"며 막말을 했다.

E판사는 변호인이 무죄를 주장하자 말을 끊고 "내가 이만큼 얘기했는데 계속 무죄 변론 할 겁니까. 의뢰인에게 보여주느라 그런 겁니까"라며 빈정거렸다고 한다. F판사는 "왜 피고인이 죄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법정에서 방청 중이던 피고인의 가족을 추궁했다고 한다.

형사재판이 잘못되면 피고인이 억울하게 자유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형사법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판사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입에 올리고 변론을 제한한다면 피고인과 변호인 입장에서는 조용히 판결이나 받으라는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판사가 편견에 갇혀 재판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도 있었다. G판사는 법정에서 여성 변호사를 향해 "나는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 싫어한다"며 성차별을 했다. H판사는 사건 당사자가 장애가 있어 제때 소 제기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에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H판사를 제보한 변호사는 "재판 후 장애인 진술보조인이 '판사님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데 법조인으로서 너무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김종훈 기자




판결문에 서명 빠뜨린 판사…절차도 못 지키는 법원



[불량판사]④ 판사 실수로 당사자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 침해

[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을 빠뜨리는 등 꼭 지켜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대법원에서 판결이 파기환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판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는 있지만, 재판을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셈이다.

2015년 11월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4억원대 게임머니를 불법 판매한 혐의(게임산업진흥법 위반)로 기소된 최모씨(4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재판이 파기환송된 건 하급심 법원의 실수 때문이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재판장을 제외한 법관 2명만 서명 날인해 위법하다"며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의 서명날인을 해야 하며 재판장이 서명날인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하도록 돼 있다. 서명날인이 없는 재판서에 의한 판결은 법률 위반으로 파기돼야 한다.

이런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7월과 9월에도 같은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역시 하급심 법원의 판사들이 서명을 빠뜨려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송모씨의 사건에서 법정형과 맞지 않는 형량이 선고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형법상 직무유기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져야 한다. 1심 법원은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감형하면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봐주기 논란을 불렀다.

이 판결은 검사 측과 피고인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 2심에서 확정됐다. 검찰은 뒤늦게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에 나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했지만 형은 바뀌지 않았다. 비상상고는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 판결이 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인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형을 바꿀 수는 없다.

국민참여재판과 관련한 절차를 누락하는 바람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안내서와 의사확인서를 송달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등 의사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대법원에서 판결이 파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이 많아서 당사자의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거나 기록을 대충 읽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면 단순 실수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선 그 이유 때문에 의미없는 절차를 다시 거치게 돼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송민경(변호사) 기자




1년에 5000건씩 재판…사건에 짓눌린 판사들



[불량판사]⑤ 민사단독 판사 배당사건 하루 20건 꼴…"판사 수 늘려야"

[MT리포트]턱 괴고 꾸벅꾸벅, '불량판사' 천태만상
판사의 합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성' 판결로 배상액을 깎고, 쟁점이 있어도 1회 변론만으로 선고하고, 당사자의 발언을 막무가내로 가로막고···.

이른바 '불량판사'들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런 불량판사들의 문제를 오로지 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보니 판사 입장에선 사건을 합의 또는 조정으로 처리하거나 절차를 줄여 빨리 마무리하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소속된 판사는 약 400명에 이르지만 민·형사 단독재판을 맡은 판사의 수는 각각 62명, 20명에 그친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민사단독 사건은 31만9700여건, 형사단독 사건은 1만7700여건에 이른다. 민사단독 및 형사단독 판사 한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이 각각 연 평균 5156건, 888건에 달한다는 얘기다. 민사단독 판사의 경우 하루 20건 꼴이다.

이에 따른 법원의 사건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화해·조정·중재 등 대체분쟁조정제도(ADR)다. 법정에까지 사건을 끌고 가기 전에 권위 있는 3자를 사이에 두고 당사자 사이에 한발짝씩 물러난 선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쌍방 양보에 의존해야 하는 ADR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법원을 찾는다. 사생결단으로 분쟁 중인 당사자들에게 ADR은 근본적 해법일 수 없다.

또 다른 대안은 판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판사 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판사 1인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내면 막무가내식 재판 진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대형 로펌의 A변호사는 "사법농단과 같은 큰 사건보다 국민들이 직접 겪는 재판 현장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들이 판사와 법원에 대한 인상을 망친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근본적으로 판사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1년 4618명이었던 전국 변호사 수는 올해 기준 2만5070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판사의 수는 1794명에서 3124명으로 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변협 관계자는 "국민들의 사법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변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판사의 수는 기형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민간의 법률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사법부에서 이를 처리할 판사들의 수도 대폭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변협이 전국 2만5000여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961명 가운데 94%(1857명)가 판사 증원에 찬성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재판심리의 충실화 도모가 가능하다'라는 답이 81%(이하 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법관의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69%), '재판지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55%) 등 답이 뒤를 이었다.

적정 증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43%(이하 단수 응답)가 '현재 정원의 10%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판사정원법에 규정된 올해 판사 수가 3214명임을 비춰보면 320명 이상이 증원돼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규모를 언급하지 않은 채 '인구와 사건 증가율에 따라 증원해야 한다'는 답도 35%에 달했다.

황국상 기자

황국상
황국상 gshwang@mt.co.kr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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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남민  | 2018.09.12 09:46

사법부 적폐청산하자 양승태 구속수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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