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빠른 경기 하락 위험 크지 않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의 빠른 하락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총평했다. 현재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은 적다는 인식이다.

KDI는 수출 호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8.7% 늘며 전월(6.2%)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반도체(31.5%), 석유제품(46.3%) 등 수출 효자 품목을 빼고도 5.3% 늘었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9월 1~10일 수출입현황'을 봐도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140억2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8% 뛰었다. 반도체, 석유제품, 승용차 수출이 호조였다.

KDI는 설비투자, 건설투자 부진 지속이 내수 증가세를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7월 설비투자, 건설투자는 각각 전년보다 10.4%, 7.0% 감소했다. 설비투자,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 주택인허가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6.0% 늘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 등으로 전월(4.1%)에 비해 증가 폭은 확대됐다. 하지만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1.8포인트 떨어진 99.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했다.

KDI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에 그친 7월 고용 지표도 인구구조 변화,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내수 부진이 고용을 위축시켰다는 얘기다.

생산이 경기 개선에 기여하는 면도 줄었다고 평가했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완만한 가운데 건설업 부진이 심화돼서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정점은 뾰족할 수도 있고 완만할 수도 있는데 하방 요인이 상향 요인보다 많으면서 정점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고용 부진을 근거로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경기가 반등할 여지도 있어 급락세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