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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부진은 기저효과 때문…최저임금 인상과 연결고리 미약"

[이코 인터뷰]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거시금융실), 경제학 박사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9.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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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거시금융실)/사진=홍봉진 기자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거시금융실)/사진=홍봉진 기자
“지난해 크게 늘어났던 반도체 투자가 올해 마무리되면서 기저효과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투자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5.7% 감소했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6% 감소했다.

특히 설비투자증가율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라며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만 해도 투자가 부진하다는 이야기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는데, 왜 올해 들어서 투자 부진 우려가 부쩍 커진 것일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으로 기업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국내 거시 경제 동향과 현안 분석을 담당하는 강현주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최근 투자 조정 속도가 가파른 것도 사실이지만, 올해 투자 부진은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며 "수출 대기업이 투자의 주축을 이루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인상이 투자 부진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 부진은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

강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투자가 부진한 문제에 대해 “최근 국내 설비투자를 장기 추세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지난해 이후 장기 평균을 상당 폭 상회했다가 최근 들어 장기 추세로 회귀하는 일종의 조정 국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는 14.6% 증가해 지난 2012~2017년간 5년 평균 증가율인 1.8%를 크게 상회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이례적인 설비투자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투자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경제를 분석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측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올해 투자 부진 현상은 국내 경제 성장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전체 설비투자를 주도했다가 올해 들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반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은 업황 부진으로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전년동월대비 6월 –38%, 7월 –52%로 감소하고 있으며, 자동차, 철강 등 여타 주력 제조업종들이 미중 무역분쟁과 구조조정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모멘텀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180조원)이나 한화(22조원) 등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고, 특히 5G 관련 통신사업자들의 10~20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 역시 예정돼 있어 향후 설비투자의 하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강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수출 대기업이 주축, 설비투자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과 연결고리 미약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는 최근의 설비투자 부진이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빚은 참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기록하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설비투자 실적이라며,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라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강 연구위원은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 조정 및 전통적인 제조업의 보수적 투자 등으로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설비투자 부진 사이의 연결고리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설비투자계획 189조원 중 반도체 부문은 약 37조7000억원으로 20%를 차지한다. 여기에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을 모두 합하면 설비투자 비중은 거의 60%에 육박한다.

강 연구위원은 "국내 설비투자는 통신서비스업체를 빼면 대부분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은 최저임금 논란과는 무관한 사업장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제외한 주요국 성장 부진, 미중 무역갈등 여파 겹쳐

작년 세계 경제는 뚜렷한 동반 회복세를 나타냈다. 미국 중심의 회복세가 유로지역과 일본 등 여타 주요 선진국으로 확대 됐으며, 중국의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그동안 부진했던 자원 수출을 위주로 하는 신흥국의 경기도 반등했다.

하지만 금년 들어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세계경제의 하방국면 진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즉 경기 둔화의 우려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강 연구위원은 일축했다.

또한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은 글로벌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부문의 관세 인상은 국내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경제의 충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연구위원은 “제조업 수출이 중심이 된 소규모 개방 경제의 특성을 지닌 한국경제는 국내 고유의 금융위기가 아닌 한 세계경제와 탈동조화돼 나홀로 부진한 상황이 연출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한국경제의 성장세나 설비투자가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보다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비관론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수활력 유지 위한 재정지출 확대 필요, 신성장동력 위한 혁신자본 생태계 구축 시급

한국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이 설비투자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에 설비투자는 대외 수요를 포함한 글로벌 업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인 처방으로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여지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강 연구위원은 "투자를 포함한 거시경제 차원에서 추가적인 성장 둔화에 대비해 정부가 가진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내수 부문의 활력이 지나치게 훼손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는 역시 정부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해당 분야의 신생 기업의 육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현 정부의 ‘혁신성장’과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특히 강 연구위원은 "과거 70~80년대 고도성장시기에는 산업구조가 단순해 정부와 공무원이 경제정책을 선도하는 게 가능했지만, 현재의 국내 산업은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잡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신성장산업을 정부 주도로 육성한다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우량한 기술을 갖춘 신생 기업을 정부가 아닌 민간이 선별하고, 신성장업종에 대한 정부와 산업 현장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민간금융투자 업계가 중개하는 이른바 ‘혁신자본 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거시금융실)/사진=홍봉진 기자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거시금융실)/사진=홍봉진 기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9월 11일 (18: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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