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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금융허브의 틈새시장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 2018.09.1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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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칼리파.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높이가 829.84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롯데월드타워(555미터)의 1.5배에 달한다. 이 빌딩에 올라가 두바이 시내를 내려다보면 사막위에 건설되었다는 두바이의 모습을 극명하게 볼 수 있다. 두바이의 빌딩숲이 끝나는 지점부터 바로 황량한 사막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이렇게 사막에 건설된 두바이 빌딩숲 한가운데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 DIFC)가 있다. 두바이 당국이 예로부터 무역의 중심지였던 두바이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2000개가 넘는 등록된 회사에서 2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어떻게 국제금융중심지를 만들었을까?

두바이는 DIFC를 금융자유지역(financial free zone)으로 설정했다. DIFC 안에 있는 회사들은 두바이 내 다른 회사들과 달리 내국인 고용의무가 없고 내국인이 지분 50%를 소유해야 한다는 규정도 면제받는다. 법인세도 없다. 상업적인 분쟁에 대해서는 두바이법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을 적용하며 이를 위해 DIFC 내에 자체 법원도 두고 있다. 외국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규제개혁이다. 그 밖에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국제학교, 문화시설, 병원 등을 갖추었다. DIFC 관계자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이 중 어느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의 종합적인 패키지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자금세탁의 철저한 방지와 금융의 디지털화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영국에 가려진 작은 나라다. 영국에 런던이라는 거대한 국제금융중심지가 있는 마당에 아일랜드가 국제금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유럽의 서쪽 끝에 있어 미국과 가장 가까운 유럽이고 영어권 국가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그 수도인 더블린을 런던과는 달리 후선업무(back-office) 위주의 금융중심지로 키웠다. 지금은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의 백오피스들이 더블린에 몰려있고 핀테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도시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국제금융의 중심지는 뉴욕과 런던이다. 아시아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도시는 홍콩이다. 당분간 국제금융의 중심지로서 이들의 위상을 위협할 도시가 나오기는 힘들다.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 확고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영․미식 법률, 영어통용 등으로 이들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국제금융중심지로서의 조건들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을 노려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며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끌어 들이고 있는 도시들이 있다. 두바이와 더블린이 좋은 예다. 이들 나라 정부는 자기 나라 실정에 맞는 틈새시장 전략을 짜고 외국기업들이 맘 편히 들어와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뉴욕이나 런던, 홍콩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바이나 더블린의 예에서 보듯이 틈새시장은 존재한다. 앞서 제시된 금융중심지로서 갖추어야할 조건들을 충족시키도록 노력하면서 이들의 틈새시장 전략과 제도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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