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혁신연구단지 찾은 구광모 회장…취임 첫 공식행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지난 6월 회장 취임 이후 첫 현장 공식 방문이다. 구 회장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지난 12일 융복합 R&D(연구개발) 클러스터인 서울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 현재 진행 중인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다고 13일 밝혔다.

권영수 ㈜LG 부회장을 비롯해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박일평 LG전자 사장, 유진녕 LG화학 사장,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등 계열사 R&D 책임 경영진이 함께 했다. 올해 신설된 벤처투자사 LG테크놀로지 벤처스의 김동수 대표도 동행했다.


구 회장의 현장 방문은 회장 취임 2개월여만의 첫 공개 행보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선친인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6월 말 회장에 취임한 뒤 대외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 것과 달리 경영현안 파악과 구상을 이유로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자동차전장(전자장치)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살피는 등 주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또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을 우선 육성키로 하는 등 R&D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사이언스파크가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선대 회장께서 사이언스파크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별 R&D 책임 경영진에게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전략적인 개방형 혁신 추진과 국내는 물론 북미, 일본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스타트업 발굴도 강조했다. LG그룹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 자율주행 부품, 인공지능, 로봇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일본 도쿄에선 LG 사이언스파크 산하로 일본 신사업개발담당을 두고 소재·부품 분야의 현지 강소기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구 회장이 LG 사이언스파크 방문을 계기로 경영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선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구 회장이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부품업체 ZKW 인수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새로운 글로벌 업체 M&A(인수합병)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며 "구 회장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지난 4월 부지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건설됐다. 축구장 24개 크기의 부지에 20개 연구동을 세우는 데 총 4조원이 들었다.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의 연구인력 1만7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LG그룹은 2020년까지 연구인력을 2만2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