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법농단 스스로 바로잡길" 의미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사법부에 대해 다시 태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 방법으로는 철저한 의혹 규명을 내세웠다. 사법부의 잘못이 있다면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번에도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대통령으로서는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외부충격에 의지하기보다 사법부 자체의 개혁 의지와 동력을 믿는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흔들리는 사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에 집약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법부 70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동 대법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뿌리째 흔들린다"며 의혹 규명을 말한 건 철저한 수사에 손을 들어준 걸로 들린다. 동시에 대법원이 사법제도 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하는 등 사법부 자체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언뜻 모순돼 보이는 메시지는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사건을 대하는 문재인정부의 조심스러움을 보여준다.

우선 사법농단은 반드시 털고 가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법원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것이 사실상 수사방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철저한 의혹규명 요구는 이런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정부가 사법부 개혁의 칼자루를 쥐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통령과 청와대 입맛에 맞게 재판일정과 판결결과 등에 영향을 미친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정부의 '사법분야 적폐청산'으로 비치면 또다른 개입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 법관 탄핵 등을 테이블에 올리는 것도 민감한 주제다.

마침 이날은 1948년 사법부가 3부의 하나로 독립한 걸 기념하는 날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사법농단 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도 각종 악재에 법관들의 동요를 잠재우고 사법부 독립을 강조할 필요를 느낀 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3000여 명의 법관 대다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위해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오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과거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 독립 목소리를 높였던 걸 상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절,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상황 아래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훼손된 때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함께 사법권의 독립을 향한 법관들의 열망 역시 결코 식은 적이 없다"며 "법원은 재심 판결 등을 통해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아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1971년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배상청구 제한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며 "1988년 2월, 소장 판사 430여 명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힘에 맞서 ‘법원 독립과 사법부 민주화’를 선언했다"고 했다. 또 "199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판사 40여명은 사법부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법원의 독립성 확보를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문 대통령 자신이 법조인이자 인권변호사로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분야이기도 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개혁을 약속했다. 재판에 관여할 수는 없다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 관련자 문책, 수사협조를 말했다. 법관승진제 폐지, 법원행정처 개혁도 제시했다.

사법부 70주년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미 군정에서 사법권을 이양 받은 걸 기념한다. 70년 전인 1948년 9월13일 가인 김병로 선생이 초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날을 기린다. 가인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할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