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대출도 규제지역 LTV 40%…한도 '반토막'

#서울 종로구에서 매매가 10억원의 상가를 눈여겨봤던 임대사업자 A씨는 자금 부족으로 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한 결과 “변동금리 연 3.8%에 최대 8억원대 후반까지 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당 은행원은 “만에 하나 상가가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를 가정해 건물 가격의 70%를 담보로 봤다”며 “고객님이 꾸준히 임대소득이 많은데다 저희 은행과 장기간 거래해주신 덕분에 신용도 최고등급이어서 한도가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규제 발표로 A씨는 매매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은행원도 “최대한도가 4억원으로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주택을 담보로 하는 임대사업자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방안’으로 임대사업자 대출에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동일한 LTV 비율이다.

그동안 임대사업자대출은 LTV 규제를 받지 않아 은행마다 자율적으로 적게는 부동산 가격의 60% 많게는 90%까지 대출한도를 적용해 왔다. LTV 60~70%를 적용하고 소득과 신용이 좋은 경우 10~20%의 한도를 더 얹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더 많은 금액의 임대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을 신규 취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집값 상승’에 대한 신뢰가 강하고 근로소득이 부족한 60~70대 은퇴세대 사이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 후 주택을 여러 채 추가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대사업지로 등록하면 건강보험료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담이 생기지만 집값 상승과 임대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규제 강화로 한도가 줄어든 주담대 대신 임대사업자대출 형태로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하는 금융회사의 영업행태도 만연했다.

그러나 LTV 40% 적용으로 임대사업자대출 한도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 등 집값 상승 지역의 대규모 임대주택들은 건물 가격의 80% 한도를 꽉 채워 대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주담대와 LTV 차이가 없는 만큼 규제지역에선 당분간 임대사업자대출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이 임대사업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공시가격 9억원(시가 약 13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새로 구입할 경우 주담대조차 불가능하다. 다만 집을 사려는 목적이 아닌 임대주택의 개·보수 등 운전자금 성격의 대출은 허용된다.

한편 이번 규제는 임대사업자가 이미 건축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건물을 새로 지어 임대주택을 신규 공급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자금의 용도 외 유용 점검도 강화된다. 건당 1억원을 넘거나 한 사람당 5억원이 넘는 임대사업자대출은 대출금을 유용했는지 임대차계약서, 전입세대열람원 등을 통해 점검받는다. 유용이 확인될 경우 대출금이 회수되고 임대사업자대출이 최대 5년까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