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주차 이렇게 해놓으시면…"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서울 양천구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주차선을 크게 침범해 차량을 세울 수 없도록 했다./사진=제보자

#서울 마포구 거주 직장인 오모씨(36)는 지난 7일 차로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 내려갔다. 하지만 그의 차량 앞에는 한 차량이 이중주차 돼 있었다. 해당 차량을 빼지 않고선 출차가 불가능한 상황. 이에 그는 차량 앞 유리에 붙은 전화번호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당사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씨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지각할 것 같아 결국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해당 차주는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음으로 해놔서 못 들었다"며 연락이 왔다. 오씨는 "연락을 잘 받든지, 이중주차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차량을 배려하지 않는 '주차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우기 어렵게끔 차를 바짝 붙여놓는 것은 물론, 주차선을 넘어 아예 못 세우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념 없는 주차가 접촉 사고 등으로 이어져 이웃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머니투데이가 13~14일 서울 중구·마포구·양천구 아파트 단지 4곳을 살펴본 결과 주차 매너가 없는 차량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주차선을 밟는 경우였다. 통상 기둥 쪽으로 주차를 할 땐 가능한 양끝에 붙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양쪽 주차선 가운데에 맞게끔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간이 충분한데도 한쪽으로 치우쳐 세워놓거나, 주차선을 밟는 등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차선을 밟은 차량 옆에 주차하다 접촉 사고를 낸 적이 있다는 서울 중구 주민 허모씨(28)는 "접촉 사고를 낸 건 잘못했지만, 주차를 왜 이렇게 해놓았냐고 했더니 해당 차주가 외려 '무슨 상관이냐'며 길길이 날뛰었다"며 "일부러 다른 차를 못 세우도록 주차선을 밟는 차량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한 공영주차장에선 주차 자리 두 곳을 걸쳐 세운 '무개념 차량'이 있다는 제보도 나왔다. 해당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세웠다는 김모씨(34)는 "백화점 손님들 때문에 공영주차장에 가뜩이나 자리가 하나도 없었는데,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니 황당했다"며 "이기적인 주차 행태가 꼴불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중 주차를 하면서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 차량도 다수 발견됐다. 보통 이중주차를 할 땐 밀고 출차할 수 있도록 기어를 중립(N)에 놓은 뒤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중 주차를 해놓고, 차량을 힘껏 밀어도 밀리지 않는 경우가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 주민 이승준씨(36)는 "주말에 놀러 가려는데 이중 주차를 하고 사이드를 채운 차량 때문에 30분을 기다린 적이 있다"며 "습관 때문에 그랬다며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차량을 빼줘야 할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서, 연락처를 남겨 놓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경우 차량을 빼고 싶어도 해당 차주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