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시장의 "일손 부족(labor shortage)" (2)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소식 지난 편에서 전해 드렸죠. 그런데 실제로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그다지 많이 좋아졌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물가는 임금보다 더 많이 올랐거든요.

그래서 지난 8월에 나타난 미국의 임금 가속도 현상은 단지 물가가 더 오른 걸 참작한 결과에 불과한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편에서 추정한 미국의 노동력 품귀 현상이 임금 가속도의 배경이라면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커지고 있음을 이유로 해서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임금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임금이 많이 상승하면 노동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증가합니다. 총수요도 늘어나게 되겠죠. 그러면 판매량과 생산도 늘어납니다. 그야말로 소득주도 성장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하지만 생산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실질 임금을 대폭 올려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랬다가는 이윤율이 떨어집니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금세 적자를 내고 말겠죠. 그래서 임금이 앞으로도 과연 대폭 더 오를 것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 미국에서 분명한 사실은, 노동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 7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 규모는 69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11만7000명 증가했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일자리 수가 지난 2000년말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용규모는 크게 늘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노동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노동 수급의 미스매치 정도를 보여주는 구인-채용 규모 갭(gap)은 126만명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역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입니다.

그 결과로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그려졌습니다. 이 그래프는 미국의 실업률과 구인율의 추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른바 '베버리지 곡선'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위기 이전의 동일한 구인율 환경에 비해 항상 높았습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노동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다는 의미이죠. 아래 그래프에서 시각적으로 뚜렷이 나타나 있는 추세선의 갭(gap)은 위기 이후 뉴 노멀 경제에서 심화된 노동시장의 구조적 미스매치를 의미합니다.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