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번주부터 '댓글조작' 재판…760km 왕복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뉴스1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오는 21일 첫 재판을 받는다.

1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1일 오전 10시 김 지사의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확인하고 재판 계획을 짜는 자리다. 공판 기일과 달리 피고인 본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재판부는 같은 시각 드루킹 김씨 등 일당 6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도 진행한다. 이 사건에서 김 지사와 김씨 일당은 공범 관계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통해 김 지사와 김씨 일당 사건을 병합 심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사실관계가 같아 한 번에 심리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두 사건이 병합된다면 김 지사와 김씨는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게 된다.

다만 김 지사의 상황에 따라 재판 진행이 달라질 수도 있다. 김 지사는 한 번 재판받을 때마다 경남 창원 도청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까지 약 760km를 왕복해야 한다. KTX를 이용해도 법원까지 오는 데만 2시간 반 넘게 걸린다. 또 재판을 받으면서 경남지사 업무도 봐야 한다.

김 지사 사건 1심 재판은 드루킹 특검법 제18조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서 심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할 재판부를 바꾸기도 어렵다. 또 기소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1심 선고를 내야 해서 재판부 결정에 따라 1주에 2~3회 재판도 진행될 수 있다.


재판부가 이런 사정을 참작해주기로 한다면 일단 사건을 병합해놓고 증거조사 절차를 분리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김 지사는 재판부가 지정한 날짜만 법정에 출석하고, 다른 날짜 재판은 김 지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사건이 병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에서 김 지사는 김씨 일당과 짜고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 기사에 달린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 일당이 2016년 12월부터 기사 댓글의 공감·비공감 버튼을 9971만회 클릭해 특정 성향의 댓글을 댓글 창 상단에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여름쯤 정당 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 때 댓글 작성기계 200대를 이용해 효과를 봤다는 말을 듣고 킹크랩 개발을 결심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이었던 그해 9월 김씨로부터 댓글의 중요성을 전해들었고,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서 댓글 조작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지사는 이 과정에서 김씨 측 인사인 '아보카' 도모 변호사를 공직에 추천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점에 대해 특검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 일당은 지난 6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팀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수사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댓글조작을 승인한 적 없고, 킹크랩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