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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투자자 울리는 누더기 과세] (종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김훈남 기자, 배규민 기자 |입력 : 2018.09.17 05:30|조회 : 1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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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저성장·고령화 시대. 투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이자 수익만으로 '장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없다. 주식과 채권, 금융상품에 장기분산 투자해야 하는데 현행 과세 체계는 투자를 장려하긴 커녕 발목을 잡는다. 세금 징수에 초점을 둔 탓에 손실 나도 세금 내는 일이 다반사다. 땜질식 과세로 편법을 부추기고 시장왜곡을 초래한다. 합리적이고 단순한 과세 체계를 마련해 노후 대비를 돕는 것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도 부합한다. 현재 자본시장 과세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손실나도 세금 내라" 투자자 두번 울리는 과세


[투자자 울리는 누더기 과세]①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백진욱씨(가명)의 지난해 투자 성적은 마이너스(-) 1000만원이다. 백씨는 원금을 까먹는 손실을 입었는데도 665만원 가량의 세금까지 물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금융상품과 투자대상별로 세율이 제각각이고 손익통산(모든 투자 손실과 이익을 합산)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백씨의 구체적 투자 성적을 뜯어보면 과세의 복잡함과 불합리함이 드러난다. 그는 국내 비상장주식(+1000만원) △해외주식(-2000만원) △국내파생상품(2000만원) △해외펀드1호(2000만원) △해외펀드2호(-4000만원) 등 5건의 투자로 총 10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서 각각의 세액을 계산해보자. 국내 비상장주식은 165만원(10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의 양도소득세 22% 적용), 국내파생상품은 192만5000원(2000만원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서 양도세 탄력세율 11% 적용), 해외펀드1호는 308만원(2000만원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이다.

손실이 난 해외주식과 해외펀드2호를 제외하고 각각의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반으로 세금을 따로 계산하기 때문에 백씨는 총 665만5000원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투자 손실분까지 합하면 백씨의 투자 자산은 1665만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투자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1년마다 끊어서 세금을 부과하는데 따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유영주씨(가명)는 2016년 해외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3000만원 손실을 입고 환매했다. 이듬해인 2017년 7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을 벌었다. 유씨는 2년간 1000만원 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 200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 308만원(배당소득세 15.4% 적용)을 내야 했다.

손실분을 다음 해로 넘겨줘 전체 이익에서 차감해 세액을 줄여주는 '손실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 과세 구조 탓이다. 미국은 영구적으로, 일본은 3년간 손실이월공제를 해주고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과의 투자 손익을 합쳐 세액을 계산하는 것과 대비된다.

해외펀드가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 보다 세율에 불리한 점도 투자자의 선택을 왜곡시킨다.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A씨가 애플과 아마존 주식 1억원 어치씩 매입해 각각 4000만원, -2000만원 손익을 거둬 총 2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치자. 해외주식은 연간 매매손익을 합산한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세율 22%)한다. 따라서 A씨는 순이익 20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1750만원의 22%인 385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해외펀드 2곳에 투자해 A씨와 똑같이 수익을 낸 B씨는 손익통산을 적용받지 못해 4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더구나 펀드의 투자 수익은 배당소득세로 인식된다.

펀드는 해외주식처럼 다른 소득과 별도로 과세하는 분류과세 혜택이 없는데다 수익을 전액 배당소득으로 인식,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마저 적용받는다.

결국 B씨는 누진세율(15.4%에서 최고 46.2%)까지 적용받아 세액이 616만원에서 1232만원까지 뛴다. B씨는 A씨보다 최대 850만원 가량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해외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펀드)든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이나 전문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과세 차별로 인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도록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킨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금융소득 과세 체계의 불합리성은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소득증대에 발목을 잡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금융자산을 장기투자해야 하는데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펀드의 차별적 과세 등 불합리, 불확실성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해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병윤 기자, 김훈남 기자, 배규민 기자



저인망식 대주주 과세, 투자 생태계 왜곡


[투자자 울리는 누더기 과세]②위험한 이중 과세…"거래세 페지 양도세 도입, 과세 형평성에 부합"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서울 여의도에서 개인투자자로 활동 중인 J씨(48)의 실제 사례다.

#1. J씨는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사 스마트폰 부품업체 A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주식 매입을 시작했다. 연말 J씨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4억5000만원.

국내 상장 주식은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지만 평가액 1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세(22%)를 매긴다.

J씨는 대주주에 걸리지 않을 만큼(15억원 이하)만 매입한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자신 몰래 A사 주식 1억원 어치를 매수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대주주 자격 여부를 파악할 때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의 주식 보유액까지 합산하므로 J씨는 아내 보유분을 합산, A사 주식 15억5000만원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J씨는 대주주 여부를 최종 확정하는 연말 주주명부폐쇄일 직전에 A사 주식을 서둘러 팔았고 주가는 급락했다.

#2 J씨는 코스닥 반도체 기업 B사 주식 10만주를 매입했다. 주당 1만4800원으로 총 평가액은 14억8000만원이다. 연말 폐장일 B사 주가가 1만5000원을 돌파하면서 J씨의 보유금액은 15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대주주 과세에 걸리게 된 J씨는 급하게 B사 주식을 장내 매물로 쏟아내 주가를 1만4000원대로 끌어 내리는데 성공했다. 매도 공세로 대주주 과세를 회피한 것이다.

이처럼 연말에 다가올수록 주식을 대량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대주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는 일이 잦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보유금액 기준을 현행 15억원에서 2020년 4월 10억원, 2021년 3월 3억원으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현재도 연말이면 시장 교란이 발생하는데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대폭 낮추면 변동성이 극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20개 종목에 1억원씩 분산해 2억원을 벌면 비과세고 삼성전자 한 종목에 20억원을 투자해 2억원 수익을 내면 과세"라며 "이처럼 과세 명분이 부족하고 형평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서 '이중과세'에 따른 시장 왜곡과 자본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1989년 4월에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로 과세체계를 바꾸고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폐지했다. 미국도 주식, 펀드 등 자본 이득에 대해 모든 소득을 합쳐 과세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한국처럼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지 못한 특수한 상황이 존재한다.

국내 파생상품 세제 개편시 한국을 방문해 토론에 참여한 한 대만 교수는 "대만은 금융실명제를 도입하지 못해 양도세 적용시 투자자가 자산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불가피하게 거래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명제를 도입한 한국에서 굳이 거래세를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정부가 거둬들인 증권거래세는 약 4조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세가 세수를 예측하기 쉽고 매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는 면에서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평균 거래 대금이 7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급감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이런 논리도 빈약하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 세수는 2015년 7조2682억원에서 2016년 6조9195억원으로 줄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본시장을 세수를 확보하려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말고 선진국처럼 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한 인큐베이터라는 철학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윤 기자, 배규민 기자



동일한 코스피200 파생상품, 과세는 달라 땜질식 '통산'


[투자자 울리는 누더기 과세]③CME 통한 야간선물은 국내물, 유렉스 통한 야간 옵션은 해외물…과세기준 달라 민원 폭발하자 올들어 개선

금융투자업계는 현행 과세 체계의 '땜질식 처방'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과세의 정책적 목적과 철학에 따라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때마다 미봉책에 급급하고 한시적인 일몰 조항을 남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미니 코스피(KOSPI) 200 야간선물과 야간옵션거래를 놓고 불거진 과세형평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한 야간선물은 미국 CME(시카고상품거래소)를 통해, 코스피200 야간옵션은 독일 유렉스(EUREX)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설했다.

문제는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에서 발생했다. CME를 통해 거래하는 코스피200 야간선물 상품은 정산을 한국거래소에서 맡았지만, 코스피200 옵션은 직접 유렉스 시장에 상장해 거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산 기준으로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국내 파생상품이, 코스피200 야간옵션은 해외 파생상품이 돼버린 것. 동일한 지수를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임에도 국내와 해외 상품으로 갈려 다른 과세 기준을 적용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투자자 1명이 코스피200 야간선물과 코스피200 야간옵션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두 상품 모두 손실 봤을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상품이 손실을 보고 나머지 하나에서 이득을 봤을 땐 문제가 생긴다.

투자자가 코스피200 야간선물에서 200만원 손실을 보고, 코스피200 야간옵션에서 100만원 수익을 냈을 경우 총 투자 손익은 100만원 손실이다.

그렇지만 당국은 해외투자(야간옵션) 수익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손실에도 100만원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개인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과세가 아닌, 상품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순이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당국은 결국 1년간 파생상품 손익에 대해선 국내외 통산(합산)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확정신고분부터는 국내외 파생상품의 손익 합계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파생상품만 손익통산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간별, 투자대상별로 손익을 합산해 총 수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현행 과세제도는 투자대상별로 모두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누더기처럼 복잡해지고 허점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훈남 기자



주식과세 제도로 FANG 배출한 美, 노후자금 만드는 日


[투자자 울리는 누더기 과세]④주식·펀드·파생 등 손실합산 후 수익에만 과세, 이월공제도 뒷받침…주식시장 활성화 노린 미국, 노후자금 마련위한 일본 사례 참고해야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은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 투자로 거둔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 투자자산마다 다른 과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합쳐(손익 통산) 개인이 벌어들인 최종 수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기에 일정 기간 손실이 발생한 금액에 대해 세금을 공제하는 이월공제도 적용한다.

이 같은 투자자 중심의 과세체계를 통해 미국은 주식시장 활성화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첫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를 키워냈고 일본은 저성장 시대의 소득증대와 고령화에 대비한 노후자산 형성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혁신기업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은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 등 자본이득에 대해 '총소득' 과세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손실분을 공제하고도 남은 이익을 손에 쥔 경우에만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장기자본이득에 대해선 분리과세 후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자본손실 공제를 노린 가장매매 등 조세회피에 대한 규제수단을 마련했다.

미국이 자본손실을 공제하고 장기자본이득에 대해서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자본시장 효율성을 높여 시중자금을 끌어들이고, 자금이 기업으로 향하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핵심이 된 FANG 등 대형 혁신기업이 나오는데 이처럼 효율성 높은 과세제도가 한몫 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거래세 체계를 갖고 있던 일본은 일찌감치 찾아온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체계로 전환했다.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가면서 더 이상 저축으로는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하기 어렵고 저출산-고령화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1989년 4월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로 과세체계를 전환하고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2003년부터는 장·단기 구분없이 20% 단일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주식 양도소득과 배당소득 간 손익을 합한 뒤 소득에만 과세하는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하고 앞서 발생한 투자손실에 대해선 추후 투자이익 발생시 세금을 공제하는 이월공제 역시 3년간 적용토록 했다.

여기에 연간 120만엔 한도로 상장주식, 공모펀드 등에 투자 시 최대 10년간 양도·배당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NISA(소액투자비과세계좌)를 통해 노후자산 형성을 꾀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FANG같은 기업을 양성했고, 일본은 노후관리를 위한 과세를 택한 것"이라며 "혁신기업 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목표 삼은 우리나라는 양쪽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대상 사이 손익 통산과 일정기간 이월공제가 허용되면 시중에 부동자금이 금융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지하자금이나 부동산에 들어간 자금이 건전한 시장으로 물꼬를 터야 기업에도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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