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고'만 있나? 진화한 무인매장 속속 등장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탠다드 커그니션'이 개발한 무인매장 시스템이 고객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탠다드 커그니션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약 176㎡ 크기의 무인매장 '스탠다드 마켓'이 문을 열었다. 이 매장에는 계산대도, 보안 검색대도 없다. 대신 고객들은 입장할 때 전용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체크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쇼핑이 끝나면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계산은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영수증 앱과 이메일로 전달된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매장 천장에 설치된 수십 대의 카메라와 인공지능(AI) 덕분. AI가 고객의 몸짓을 파악해 어떤 물건을 사는지를 판별해낸다. 고객의 손짓과 시선의 방향, 움직이는 속도 등 가능한 모든 정보가 분석 대상이다.

스탠다드 마켓의 강점은 시스템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카메라와 AI 시스템만 있으면 된다. 스탠다드 마켓을 개발한 AI 스타트업 '스탠다드 커그니션(SC)'의 공동 창업자 7명 가운데 5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이다. 이곳에서 사기 거래 적발을 위한 AI 시스템을 개발하다가 지난해 창업했다. 마이클 수스월 SC 최고운영책임자는 뉴욕타임스에 "무언가를 훔치려는 사람들은 발걸음이 커지고, 출구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람들의 궤적이나 시선, 움직이는 속도 등을 판독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 마켓은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무인매장 업계의 최신 사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에서 '아마존 고(Go)'라는 무인매장을 선보였다. 아마존 고는 현재 시애틀에 3곳, 시카고에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RFID(무선 인식 전자 태그)나 QR코드(2차원 바코드), 안면인식 등 다양한 방식의 무인결제 매장이 선보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무인 편의점 스타트업 빙고박스는 1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아 300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무인 계산대에 RFID가 부착된 제품을 올려놓으면,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통해 돈을 내는 방식이다. 알리바바와 징둥 등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도 속속 무인매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무인매장이 완벽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매장 내 손님이 많아지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판독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선두업체인 아마존 고도 너무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매장 입장객 수를 통제한다. 결국,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시스템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SC도 샌프란시스코 매장에 배우 100여명을 투입해 일부러 도둑질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AI가 이를 얼마나 잡아내는지를 파악했다.

무인매장 도입으로 말미암은 일자리 소멸도 논란거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만 현재 약 500만명이 마트나 편의점 계산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무인 혹은 최소 인원을 고용하는 매장이 늘면 계산원 등 단순 업무 인력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 카스트로스트리트에 문을 연 이노쿄(Inokyo)의 공동창업자인 토니 프랜시스는 "계산원 없는 매장은 자율주행차가 교통업계에 주는 충격과 같은 수준의 충격을 유통업계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계산원은 없지만, 진열대를 채우거나 고객 응대, 청소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 수요는 여전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