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래세 폐지·양도세 도입' 불씨 지핀다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 체계 개편안이 공론화 의제로 올라오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가 자본이득과세 개편을 하반기 과제로 선정한 후 전문가 의견을 광범위하게 취합하고 있어서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양도소득세 도입) 자연스럽게 증권거래세 폐지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에 최근 주식 양도세 확대로 불거진 이중과세 논란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형 과세 체계 도입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본지 17일자 '[MT리포트]"손실나도 세금" 투자자 발목 잡는 누더기 과세' 참고

18일 정부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정개혁특위는 자본이득과세 도입을 주제로 조세 전문가와 연구계 등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개편안의 방향 설정에 나섰다.

우리나라 선진국과 반대로 '거래세 부과·양도세 면제' 과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을 팔 때 매도금액의 0.3%인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신 상장기업 일반 주주의 매각 차익에 대해선 양도세를 비과세 한다. 거래세만 걷다 보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원칙과 어긋나고 수십억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해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조세 형평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양도세(22%)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이 주식 평가액 25억원(코스피)·20억원(코스닥)에서 올해 15억원(이하 코스피·코스닥 동일)으로 조정된 후 2020년 4월 10억원, 2021년 3월 3억원으로 대폭 강화된다. 사실상 양도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이중과세 체계로 전환하는 셈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리도 대다수 선진국처럼 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양도세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일본은 1989년 4월에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로 과세체계를 바꾼 뒤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폐지했고 독일은 1991년 거래세를 없애는 동시에 양도세를 전면 도입했다. 미국도 주식, 펀드 등 자본 이득에 대해 모든 소득을 합쳐 과세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병호 재정개혁특위 조세소위원장은 "주식 양도세 도입을 논의하면 증권거래세 폐지가 뒤따라오는 의제이긴 하다"면서도 "지금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세의 경우 세수도 크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정개혁특위는 내년초쯤 최종 방안을 확정,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개혁특위가 공론화 의제로 다룰 만큼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후진적 과세 개혁이란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 도입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모든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과 이익을 합친(손익 통산) 최종 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손실분을 다음 해로 넘겨줘 전체 이익에서 차감해 세액을 줄여주는 손실이월공제 허용도 핵심 사안이다. 미국은 손실이월공제를 영구적으로 허용하며 일본은 3년간 적용한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킹) 관계자는 "비상장인지 상장인지, 국내인지 해외인지, 주식인지 파생상품인지, 직접 투자인지 펀드인지에 따라 과세 기준이 제각각이고 세율도 천차만별"이라며 "전체 투자는 손실을 입었는데 해외 투자에 일부 이익금이 있어 양도세를 내야 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많아 투자의 초점이 절세나 세금 회피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