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담판, 軍 긴장완화는 가시권…비핵화는 '담판'에 달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연내 종전선언 등 비핵화 프로세스를 촉진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 도출.'

오는 18~20일 진행되는 2018 남북정상회담평양의 목표는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사전 브리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임 실장은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했었다. 당시 체결한 판문점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됐다. 임 실장의 사전 브리핑은 회담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길잡이 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이 이번 평양 회담에서 우선적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포괄적 합의 △무력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는 합의 등이다. 그만큼 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 간 군사대화가 지속돼 온 서해평화수역의 설정 혹은 DMZ(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와 같은 사안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의 해소"를 강조해왔다. 지난 13일 원로자문단과 만난 자리에선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남북과의 군사적 긴장, 또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휴전선·DMZ를 중심으로 한 육지에서, 또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한 해상에서, 군사적 긴장을 종식시키는 것을 구심으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비핵화 대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다. 북미 사이에서 협상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 때로는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이끌어 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간에 우선적으로 적대행위 중지의 진도를 나가는 것을 통해,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협상판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임 실장이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은 '비핵화 의제'는 온도차가 난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선언적 의미의 비핵화를 논한 것에 이어 핵리스트 신고 및 반출과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최근 "이제 북한이 미래의 핵 뿐만 아니라,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핵시설을 포기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의제에 있어서 문 대통령이 '중재'가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이 꾸준히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온 끝에 얻을 수 있었던 역할로 청와대는 자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석 협상가가 돼 달라"고 했던 그 지점에 있는 역할론이지만, 그만큼 과제가 막중하다.

비핵화 조치 부분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 결과에 달렸다는 평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비핵화라는 실질적 조치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어깨가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비핵화 협상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남북 간 적대행위의 종식, 그리고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북측의 비핵화 조치 의지를 도출하는 게 이번 회담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보장 간 '빅딜'을 연내에 도출해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입구에 도달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조치 의지를 확인한 후 추석 연휴에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방북 성과를 공유하게 된다. 여기서 '연내 종전선언'의 달성 여부가 가닥잡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