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與의총 끝에 출구찾은 '인터넷銀 은산분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제한) 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한지 약 40일 만에 관련 법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여야는 17일 '인터넷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을 오는 20일에 처리하자고 약속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2시간30분 넘도록 정책의원총회를 갖고 당내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20일 본회의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의총 후 브리핑을 통해 "원내지도부 책임 하에 여야 간 최종합의를 거쳐 20일 이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며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즉각 인터넷은행법 처리에 속도를 냈다. 이미 20대 국회 개원 후 관련 법이 5건 발의된 상황이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만큼은 환영하며 법안 처리가 가까워진 듯 했다.

하지만 기대처럼 은산분리 완화 합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렸다. 당초 여당은 과거 야당 시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했다.


반대 측 의원들은 은산분리 완화가 재벌의 사금고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중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금융사 최대주주'가 있을 때에만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25%까지 보유할 수 있는 관련 법을 발의했다. 당초 여야는 지분 보유한도를 34%에서 50%까지 완화하는 안을 고려했다.

이견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여야 간 합의는 늦어졌다. 관련 법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법안심사1소위를 지난달 24일과 27일 두 차례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견 지점은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입이었다. 여당은 논의 당시 개인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되 ICT 사업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집단은 예외로 하자는 안을 내놨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ICT 기업집단이라는 개념을 설정해서 진입을 허용토록 하는건 특혜라며 시행령으로 인터넷은행 허가요건을 규정하자고 맞섰다.

결국 두 가지 안은 정무위 차원을 넘어 여야 지도부 차원의 논의사항으로 넘어갔다. 여당의 정책의총도 동시에 진행됐다. 8월 임시국회 종료일까지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후 공식적인 여야 은산분리 완화 논의는 멈췄지만 정무위, 여야 지도부 간 물밑 논의는 계속됐다. 논의 끝에 정무위 여야 간사단은 지난 17일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에서 제한하지 않고 지분보유는 4%에서 34%까지 상향하는 중재안을 만들었다.

다만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비중을 감안해 완화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토록 했다. 대주주 자격(한도초과 보유주주) 심사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시행령을 통해 인터넷은행 재벌 진입을 규제한 것이었다.

중재안 마련 후 여야 지도부는 오는 20일 본회의를 통해 관련 법을 처리하겠다고 못박았다. 여당은 재차 당내 의견을 조율하는 정책의총을 열었다. 그러나 진통은 멈추지 않았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며 기습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참여연대는 의총 시작을 앞두고 "삼성은행은 안 된다"며 기습시위를 벌였고, 반대 의원들은 여전히 "(법 처리) 과정상 문제를 제기했다"며 목소리를 냈다. 강 원내대변인도 "(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시행령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사항을 반영한 안을 만들었다"며 "(그 안을) 당론으로 박수치거나 손들어 표결한 건 아니었다"고 상황을 소개했다.

40일 간 고통을 이어간 끝에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은행법은 오는 20일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절차 상 해당 법안은 18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19일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