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회사 아니죠"…SPC삼립의 화려한 변신

국내 양산빵(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빵) 시장의 절대 강자인 SPC삼립 (58,000원 ▼900 -1.53%) 실적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년에 걸친 포트폴리오 재편 노력으로 빵에 집중됐던 매출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쑥쑥 크는 1인용 HMR(가정간편식)과 신선식품으로 핵심 제품군을 넓힌 것은 물론 식품유통, 식품소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3년 뒤에는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보는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샤니·삼립빵만 있나"…HMR·신선식품도 만든다=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의 올해 매출액은 2조1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말끔히 씻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턴어라운드 배경으로 사업 다각화를 꼽는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샤니·삼립 등 브랜드를 통한 양산빵의 양적 성장이 제한적이지만 샌드위치, 냉장디저트 등 간편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냉장유통 디저트 '까페스노우'의 경우 올 1~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0% 늘었다. 샌드위치 브랜드 '샌드팜'은 같은 기간 매출이 120% 증가했다. '그릭슈바인' 소시지와 미트볼, 함박스테이크 등 간편식도 인기가 높다.


충북 청주에 지은 'SPC프레쉬푸드팩트리'에선 신선식품을 만들어 낸다. 착즙주스, 식사대용 샐러드 등을 비롯해 가공채소, 소스류, 음료베이스 등 품목을 생산하는 시설로 올 하반기 들어 본격 매출이 나오고 있다.



◇'파리크라상→SPC삼립'…성장축 이동 시작됐다=제빵부문과 함께 SPC삼립을 구성하는 식품소재(밀가루·계란 등)와 식품유통(국내외 식자재)도 순항하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등 식품판매채널의 식자재 물류를 전담하는 식품유통(GFS) 부문은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올해 식품유통 부문 예상 매출액은 1조1026억원으로 제빵(6817억원)을 훨씬 웃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유통 사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익 성장률도 식품유통 부문이 45.1%로 제빵(16.4%)보다 높다. 이날 현재 주가는 13만3000원으로 올초보다는 13.6% 낮지만 지난 7월 최저점(10만6000원)을 찍고 회복세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SPC삼립의 향후 주가가 식품유통부문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중국 파리바게뜨 가맹점 출점 속도가 늘어날 수록 삼립 유통사업부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PC그룹의 성장축이 파리크라상에서 SPC삼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 포화와 정부 규제로 파리크라상은 성장동력을 잃은 반면 SPC삼립은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044억원으로 전년(1351억원) 대비 22.7% 줄어든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 한다.

KB증권은 SPC삼립의 영업이익이 2019년 810억원, 2020년 910억원으로 늘어날 것 전망했다. 이같은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3년뒤인 2021년에는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