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재생 '민관상생'이 답이다"

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사진=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만으로 스물다섯에 심지어 여자. 신입 딱지도 제대로 못뗀 초짜에게 잠실 한가운데 최고급 주상복합의 분양소장 자리를 맡긴 건 무슨 계산이었을까. 메가톤급 8·31 부동산대책을 정면으로 맞고도 6개월 만에 ‘완판’(완전판매)에 성공했다. 6개월은 건설사들이 완판까지 최적으로 꼽는 기간이다.
　
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38·사진)의 2005년 사회 초년시절 얘기다. 포스코건설 입사 2년 만에 잠실 ‘더샵스타파크’ 분양소장을 맡은 건 당시는 물론 지금으로서도 파격적이다.


◇부동산은 로컬비즈니스, 지역 가치와 커뮤니티 높여야
　
상가, 오피스 등 대형상업시설을 개발하고 싶어 일본 모리빌딩 본사의 문을 두드렸다.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가 생겨 근무하다 2016년엔 건설산업연구원 출신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의 정책보좌관으로 전향했다.
　
강 지사장은 “몸담았던 업계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 입법화하는 작업은 의미있고 멋진 경험”이라며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생활한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야마모토 가즈히코 전 모리빌딩 사장의 권유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올해 2월 박희윤 지사장이 퇴임한 후 지사장 직무대행을 맡다 지난달 20일 서울지사장으로 임명됐다.
　
모리빌딩은 직접 땅을 사고 건물 콘셉트를 기획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건설은 외주를 주지만 건물을 분양하지 않고 소유하며 임대한다. 운영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자산가치를 높인다. 분양차익에 치중하는 국내 디벨로퍼들과 차별화한 점이다.
　
“부동산은 로컬비즈니스입니다. 그 지역의 가치와 커뮤니티를 향상하는 게 중요하므로 로컬기업이 하기에 최적화한 사업이죠.”
　
모리빌딩도시기획이 한국에서 직접 개발사업을 하기보다 기획, 설계, 운영 등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컨설팅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파르나스타워(GS건설), 인천 도화동 ‘더샵 스카이타워’(네오밸류) 등이 대표작이다. 신영컨소시엄의 서울 여의도 MBC부지, 일레븐건설의 유엔사령부 부지 개발안도 강 지사장의 손을 거친다.

◇일본식 도시재생 성공비결은 ‘민관 상생’의 경험
　
강 지사장은 일본식 도시재생이 성공한 이유로 민관 상생의 경험을 꼽는다. 관은 용적률 상향을 통한 ‘당근’으로 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독려하고 기업은 상향된 용적률로 사업성을 보상받아 지역발전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도쿄와 달리 서울의 특정 지역, 특정 프로젝트 용적률을 1800%로 높여준다면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겠죠. 민간을 최대한 끌어들여 개발비용을 줄이고 정부는 그만큼 수익을 환수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되는데 상생의 경험이 없다 보니 서로 믿질 못하는 것이죠. 도시재생을 정부나 공기업이 직접 하려는 게 문제입니다.”
　
강 지사장은 국내 디벨로퍼들이 10, 20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부동산자산 운용을 통해 보유가치를 높이는데 눈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그간 팔아서 얻는 수익이 너무 커 운영하는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주거서비스 향상보다 양적 공급에 치중한 결과죠. 하지만 노령층 증가에 따른 실버서비스 확대 등 일본 시장은 한국이 참고할 만한 선례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종합 디벨로퍼가 태동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