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내리고 뉴욕 상륙 성공한 '월마트'

/사진=제트닷컴 홈페이지.

월마트가 미국 뉴욕 한복판에 매장을 내며 7년 만에 숙원사업을 이뤘다. 빽빽한 마천루 사이 월마트 매장이 들어선 건 아니다. '월마트' 간판을 내리고 전자상거래업체 제트닷컴(Jet.com)을 통해 진출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월마트가 지난주부터 제트닷컴을 통해 뉴욕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미 주요 대도시에 점포가 한 개도 없다. 커다란 마트를 지을 수 있는 도시 외곽이나 교외 지역에 주로 자리잡았다. 2011년부터 뉴욕 퀸스와 브루클린 등 도심 한복판에 입점 계획을 몇 차례 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월마트가 저가 정책으로 지역 상권을 파괴하고 낮은 임금으로 노동 시장마저 교란시킨다며 노동조합과 정치권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마트가 택한 것은 '월마트'를 내세우지 않고, 2016년 33억달러(약 3조7200억원)에 인수한 제트닷컴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제트닷컴은 뉴욕에서 영업을 시작하며 1만9000㎡(약 5750평) 크기의 대규모 물류창고도 열었다. 여기서 애플 맥북, 나이키 운동화, 유기농 농산물 등 수백가지 제품을 시민들에게 배송한다. 식료품은 월마트가 지난해 인수한 파셀이 당일 배송을 한다. 제트닷컴과 파셀은 뉴욕 시장 공략을 위해 각각 100명, 150명 이상을 채용했다. 수년간 뉴욕시 진입에 실패한 것을 의식한 듯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도 약속했다.


NYT는 "월마트가 교외의 커다란 매장을 통한 영업 방식을 넘어 도심의 고소득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트렌디한 젊은 가구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열악한 근로자 업무환경 문제로 회초리를 맞고 있는 아마존과 달리 월마트는 저자세 접근 방식을 취하며 이 문제에서 비껴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 사회 시민단체인 얼라인의 대표인 마리짜 실바 패럴도 "아마존이 글로벌 공급체인을 독점하고, 이를 제조업으로도 확장시키는 등 '전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경제를 움직이고 있고, 이는 월마트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을 활용해 보스턴, 필라델피아, 워싱턴 등 주요 대도시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시장은 월마트의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통 전문 컨설팅 기업 스트레테직 리소스 그룹의 매니징 디렉터인 버트 플리킨거는 "월마트는 1년 안에 뉴욕시 상위 10개 유통업체에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월마트의 이번 투자는 아마존을 잡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면서 "월마트의 대중성을 바탕으로 제트닷컴이 소수층을 노리는 전략을 취했다"고 했다.

월마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해 온라인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월마트의 미국시장 온라인 매출은 전년대비 44% 증가한 115억달러(약 12조8400억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온라인 매출이 또 40%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미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는 아마존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월마트의 점유율은 이베이, 애플에 이은 3.7%(4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