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 실수로 돌려받지 못한 돈, 회수할 길 열린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다른 사람에게 송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착오송금한 금액을 우선 지급하고 예보가 추후 소송으로 회수하는 착오송금 구제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시행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착오송금이란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송금금액, 수취금융회사, 수취인 계좌번호 등이 잘못 입력돼 이체된 거래를 의미한다.

그동안 은행 등은 착오송금 예방을 위해 자주 쓰는 계좌 등록 등 송금 절차를 개선해 왔지만 온라인·모바일뱅킹의 확산으로 착오송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에서만 9만2649건, 2386억원이 잘못 송금됐고 이중 미환된 금액이 1115억원(5만2105건)에 달한다.

착오송금한 금액은 수취인이 동의해야만 반환이 가능하지만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을 통해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착오송금 절반이 30만원 이하의 소액이다 보니 소송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실익이 없는 상황이다. 은행도 수취인의 동의없이 임의로 반환할 수 없어 민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는 앞으로 수취인 거부로 반환되지 않은 ‘착오송금’ 관련 채권을 예보가 매입해 송금인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이후 예보가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회수키로 했다.

매입대상은 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의 채권으로 송금액 기준으로 5만원 이상 1000만원까지다. 다만 송금인의 도덕적 해이 방지, 주의 의무 환기, 소송비용 등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반영해 채권의 80%만 지급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연간 미반환 착오송금의 약 80% 이상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착오송금 반환 제도 도입을 위한 예보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정기국회에 발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예보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 정비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제도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민 누구나 착오송금에 따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송금기능이 있는 금융회사는 모두 참여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며 "정책의 성과를 보면서 구제 대상 송금액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