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공급대책, 서울시 ‘그린벨트’ 지켜낼까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오는 21일 공급대책 발표를 예고하면서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위해 활용도가 낮은 그린벨트를 풀자는 입장이나 서울시는 ‘도시의 허파’인 녹지를 보존해야 한다며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에 신규 택지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면 공급대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협상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양 기관 실무진들은 지난주 9·13 대책 발표 이후 공급대책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의 핵심은 시내 그린벨트 해제 여부 및 대체부지 확보 문제다.

정부는 지난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내 교통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택지 30곳을 선정, 이곳에 총 3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급 지역 발표를 오는 21일로 미루자 서울시와 그린벨트 협의를 매듭짓지 못한 게 이유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토부 장관이 국토 개발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직접 해제할 수도 있지만, 30만㎡ 규모 미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도 갖고 있어 협조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공급계획상 일부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린벨트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환경적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택지로 개발해야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 서초 우면산 일대, 강남 수서역, 강서 김포공항 일대가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다르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해도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잡기에 효과가 있느냐, 투기 열풍을 확산할 가능성이 있느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2011년 공급한 강남구 자곡동과 세곡동 일대 보금자리주택 전용 59㎡의 경우 당시 분양가는 2억2000만원 안팎이었으나, 현 시세는 이보다 4배 이상 높은 9억~10억원에 달한다. 인근 집값과의 키맞추기로 당첨자만 수억원대 차익을 본 셈이다.

그렇다고 대체 부지 마련도 쉽지 않다. 올해 9월 기준 서울시가 보유한 유휴지는 133곳(1만636㎡)인데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3866㎡)를 빼면 대부분 300㎡ 이하 '자투리땅'으로 주택을 짓기에 부적합하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휴 철도부지가 거론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장기 개발이 가능한 유휴 철도부지는 37곳이다. 이 가운데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한 곳은 △개화차량기지(37만9683㎡) △구로차량기지(25만3224㎡) △신내차량기지(19만140㎡) △창동차량기지(18만1819㎡) △수색차량기지(17만2000㎡) 등이 꼽힌다.

다만 부지 이전을 완료하고 택지를 조성해서 주택을 공급하기까지 5~10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해 단기 공급대책으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 신축 아파트 수요를 감당하려면 사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푸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인데 집값 급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택지 개발보다 교통망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무리하게 택지를 늘리기보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광역 교통망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김포, 파주 등 2기 신도기의 시내 접근성을 개선하면 수요가 분산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