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직원, 서류 조작해 토지보상금 15억원 꿀꺽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진=뉴스1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이 서류를 조작해 15억원대의 토지보상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H공사 보상총괄부 차장이었던 김모씨(41)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4월 서류를 조작해 토지보상금 15억367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자신의 아내가 토지 소유자로부터 토지매도대금 채권을 양도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토지보상금을 챙겼다.

김씨는 SH공사 공공개발사업본부 보상총괄부에서 '고덕·강일 공공주택 지구'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했다. 범행 이후에는 개인 신상의 이유로 퇴사했다. 위조한 서류들도 모두 폐기했다.


해당 토지 소유주는 국내 토지보상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미국 거주자 김모씨(80)였다. 김씨 역시 2016년 5월 정상적으로 토지보상금을 받아 결과적으로 SH공사가 이중으로 보상금을 지불한 셈이다.

또 김씨는 토지 소유주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SH공사에서 수용재결신청을 하면 토지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며 금품을 요구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토지 소유주 김씨 역시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김씨가 SH공사 내규상 토지보상금이 30억원 미만인 경우 담당 직원과 부장의 전결로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3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담당 직원과 부장, 처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발령으로 보상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부장의 결재를 받아 고액의 보상금을 편취했는데도 SH공사는 2년 동안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가 1조1900억원 규모의 고덕·강일지구 토지 보상금을 혼자 담당하다 보니 보상금 편취·금품 수수 등 직원의 일탈 행위가 발생한 것"이라며 "감독업무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가로챈 돈으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 1채와 BMW 등 승용차 2대를 사는 데 썼다.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으로 5000만원이 필요하자 친인척 통장을 활용해 500만원씩 인출해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 번에 2000만원 이상 거래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된다는 사실을 알고 범죄가 발각되지 않도록 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직장을 그만둘 마음을 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 수사 과정에서 허위로 농업 영업보상을 받은 혐의로 조모씨(75) 등 7명도 입건됐다. 조씨 등은 고덕·강일지구 내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처럼 농지임대차계약서·토지경작 확인서 등을 거짓으로 제출해 농업 영업보상을 받은 혐의다.

SH공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 10년간 토지보상 전체에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보상전산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단계별로 보상업무 관련 비리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거나 전산 시스템을 개편 중"이라며 "앞으로 보상 관련 사고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