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지역대출 의무화' 논의에 지방은행 '영업위축' 난색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은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실시했다. 사진촬영=한은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해 ‘시중은행의 지역대출 의무화’를 공론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들도 불안한 표정이다.


시중은행들은 자율성 침해, 건전성 저하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지역대출을 의무화하려면 기준 미달시 패널티를 주는 방식보다 성과 달성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방은행은 안 그래도 시중은행의 지방 공략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영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대출 의무화는 금융회사의 지역 투자 현황을 평가하고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지역재투자제도’의 핵심 내용으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금융위 “의무비율 강행하지 않을 것”=금융위와 한국금융연구원은 19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지역금융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지역재투자제도의 핵심인 지역대출 의무화와 관련, 일률적인 의무비율을 도입할 경우 과도한 대출 시행과 이에 따른 건전성 훼손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도 상업은행, 저축은행 등에 대출, 투자, 금융서비스 등을 평가해 각종 인·허가 심사와 세제 혜택 부여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의무비율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최치연 금융위 서기관은 “같은 지역이라도 각 금융회사의 특성에 따라 자금의 순유출, 순유입 현황이 달라 의무비율을 부과하기는 힘들다”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고객 뺏길라” VS 시중은행 “인센티브 제공해야”=‘시중은행의 지역대출 의무화’ 논의에 대해 은행권 반응은 냉랭하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면서 이미 지방에 내려와 저금리로 중소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있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의 지역대출 의무화가 시행되면 지방은행들은 입지가 더욱 줄어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지역대출 의무화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패널티보다 인센티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경률 KB국민은행 부장은 “지역별, 업종별로 충분한 분석이 따르지 않는다면 역차별 우려가 있어 지역별 할당은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서비스와 함께 비금융서비스 제공에 대한 평가도 포함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소득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노력을 비롯해 지역의 점포 수나 자동화기기 수 등 지역 인프라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전국 금융회사와 지역 금융회사의 서로 다른 역할과 고객군, 경쟁관계 등을 고려해 평가지표를 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