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미·중 무역분쟁은 뉴노멀…새 수출품목 육성해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2.21/사진=뉴스1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해 "분쟁 상태를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단칼의 통상협상은 없다"며 통상환경 변화에도 끄떡없는 새 수출품목군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했다. 회의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무역협회‧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지원기관, 8개 업종별 단체가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와 중국의 보복 관세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 국면을 맞은 데 따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4일부터 관세율 10%가 적용되고, 내년 1월1일부터는 25%로 상향된다.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서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24일부터 5~10%의 관세를 적용하고, 미국의 세율 인상에 맞춰 25%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미·중간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내 초당적인 지지와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한 중국의 의지를 고려하면 미·중간 분쟁상태를 뉴노멀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후발국들이 추격하기 힘들고 통상환경 변화에 영향받지 않는 새로운 수출품목군을 육성해야 한다"며 "참여정부 당시 파주시 LCD공장 건립을 통해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했듯 무역분쟁을 계기로 모든 산업에서 혁신과 도전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본부장은 협상을 통해 통상 불확실성을 사전에 해소하고, 수출 호조세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비준하고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사에도 엄중히 대응해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얘기다. 또 수출 호조세를 9월에도 이어나가 올해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업계의 어려움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새 수출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신남방, 신북방,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번 관세부과 조치에 따른 업종별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기업에 대한 무역보험과 수출마케팅 등 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해나갈 계획이다. KOTRA는 수출구조 고도화‧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수출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 무역보험공사도 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 등 전략 신흥시장 수출시 단기수출보험 한도를 증액해 수출다변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8개 업종별 단체는 국내와 해외 현지 투자기업에 대한 영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체적으로 이번 상호관세 부과조치에도 대중·대미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라 수출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았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PC, 스마트폰이 관세대상품목에서 제외되어 있어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 전자제품의 40~50%를 생산하는 중국의 투자가 위축되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이 된 D램 모듈의 경우 중국 현지 투자기업이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생산 전환 등을 통해 대응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스플레이도 LCD TV, 노트북, 모바일 기기가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중국 수출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중국을 경유한 대미 자동차 수출이 없고, 부품 수출도 현지 완성차 납품용이 대부분이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내 소비 둔화시 자동차 수요감소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철강도 주력수출품목인 냉연‧도금강판 등 판재류가 관세부과대상에서 제외됐고 현지투자기업 생산량 대부분이 중국내수용이라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라 중국의 자동차‧건설경기가 하강하면 장기적으로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기계 업계도 직접적·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설비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고, 석유화학과 섬유 업계도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정보기기 부문에선 컴퓨터 주변기기 관련 일부 중간재의 대중 수출감소를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6억달러로 전체 대중수출의 0.4% 규모다. 또 중국 현지 진출기업이 생산하는 냉장고, 에어컨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돼 현지진출기업의 대미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