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빛나는 조국' 공연, '한 편의 대서사시' vs '인권 침해'

19일 오후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 행사에서 공연단이 집단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인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재편된 대집단체조·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는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5.1경기장에는 서울 잠실경기장보다 5만 명 많은 15만명의 관중이 모여 문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빛나는 조국' 오리지널 버전과 비교해 체제선전 내용이 상당히 줄고 문 대통령에 대한 환영의 의미는 한껏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티즌 '한 편의 대서사시' vs '북한 체제 선전 체조, 부적절'


1시간 20분간 진행된 공연에서 '평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 등 최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날 가장 눈길은 끈 것은 카드섹션이었다. 5·1경기장 한쪽 관객석을 꽉 채운 카드섹션에는 1만 7500여명의 평양시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CG(컴퓨터그래픽)처럼 그림과 글씨를 한순간에 바꾸고 명암이나 글씨체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날 공연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한 편의 대서사시"라며 "진짜 평화와 통일이 도래하고 개마고원과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감동스럽다"며 "화려한 색채의 움직임, 컬러 선택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일각에선 '빛나는 조국' 공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빛나는 조국'은 올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집단체조다. 2013년까지 공연된 '아리랑'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측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네티즌은 "대놓고 체제선전 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것" "대표적인 체제 찬양체조인데 (대통령이) 관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19일 오후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 공연에서 멋진 무대연출과 더불어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인권침해 비판받은 공연 참석,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도

'빛나는 조국'은 북한이 정부수립 기념일인 9·9절 7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야심작으로 지난 9일 새로 발표한 집단체조다. 집단체조에 수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가 연습과 공연에 동원되면서 인권침해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소리(VOA)는 "‘빛나는 조국’ 다섯 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10만여 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로 2013년 폐막한 '아리랑' 이후 5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선보였다"며 "혹독한 강제 훈련 등으로 집단체조 예술 공연은 북한의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례로 꼽힌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일부 인권 전문가는 국가 지도자가 인권침해 비판을 받아온 북한 공연에 참석함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VOA를 통해 "문 대통령이 집단체조 공연에 참석함으로써 북한 어린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공연을 만드는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공연단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빛나는 조국' 행사 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집단체조 공연은 해외관광객 모객 수단?

북한이 대집단체조 공연을 선보인 것과 관련해 해외관광객 모객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9·9절에 맞춰 준비한 집단체조공연 '신아리랑축전' 등 대규모 기념행사 관람을 위해 북한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여름과 가을에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관광객이 늘어나는데 북한의 집단체조는 해외관람객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 중 하나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재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는 9~30일까지 '집단체조' 공연 관람을 포함한 여행상품 11개를 내놨다. 이 밖에도 북한 관광상품을 다루는 중국 여행사들이 집단체조 연계 관광상품을 내놓으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역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호텔비 할인, 외국인 전담 안내원 특별배치 등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2년 집단체조 '아리랑'을 선보인 이후 대규모 수해가 있었던 2006년을 제외하고 2013년까지 매년 공연을 진행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단됐다가 올해 공연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