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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그들이 달릴때 눈이 돼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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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시영 기자
  • 2018.09.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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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안기형 현대모비스 모듈품질보증팀 차장……17년째 시각장애인 마라톤 코칭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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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형 현대모비스 모듈품질보증팀 차장이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현대모비스
"시각장애에서 선천성 비율은 3%도 채 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때 단거리 육상 계주 선수였다가 중학생 시절 병으로 시력을 잃었던 분이 중년이 되어 30년만에 단거리를 주파했을 때 보였던 그 벅찬 표정. 제가 17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안기형(55) 현대모비스 (231,000원 상승1000 -0.4%) 모듈품질보증팀 차장. 그는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한국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VMK)' 자원봉사 감독으로 변신한다. 2002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코치를 권유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17년간 거의 매주 토요일 남산 산책로에서 2시간 동안 시각장애인 마라톤 주자들의 '눈'이 된다.

안 차장은 1977년 성남 성일중학교 2학년 때 교내 육상부 선발 소식을 들었다. 2000m 달리기에서 1위로 선발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고, 1985년 경부(서울-부산)역전 마라톤대회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현대모비스 실업팀에 입사했다.

1986년 전국체전 5000m 및 1만m 입상, 서울올림픽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 등 좋은 성적을 내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1987년 동아마라톤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은퇴를 선택했다. 1남 2녀를 둔 직장인 아버지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2002년 '나를 찾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 이듬해 열린 '제18회 사하라 사막 마라톤대회'에서 아시아 참가자 중 최고 기록을 냈다.

안 차장은 처음에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양성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무래도 일반인처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트레칭 동작도 엉성해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트레칭법을 국내 최초 개발했다. 또 시각장애인과 동반주자를 이어주는 끈의 길이를 1m 이하로 기존 대비 줄이고 시각장애인과 동반주자를 이어주는 손목 주변 밴드도 더 탄탄하게 만들어 발걸음에서 팔 동작까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2002년 당시 옛날 국가대표가 마라톤 코치를 한다고 하니 11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왔는데, 발목 돌리기 같은 기본적인 스트레칭 동작을 모르고 있었어요. 많이 고민했고, 프랑스 사람들이 조각상을 만져서 느낌을 준다는데 착안해 이들이 제 뒤에 서서 제 몸을 만져서 스트레칭 자세를 익힐 수 있도록 했어요."

최근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을 묻자 "초등학교 다닐 때 육상 계주선수였던 분이 중학교 이후 시력을 잃어 전력질주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며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둘이서 줄을 잡고 단거리 전력질주를 5번 했는데 그 분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졌죠"란 답이 돌아왔다.

동반주자로 최근에는 대학생 등이 많이 지원하긴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달릴 때 '안전'이 가장 중요하므로 안전 교육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달리면서 주변 환경 설명을 많이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방 5m 앞에 과속방지턱이 있다는 것 등 주의해야 할 점, 옆에 강이 흐르고 있다는 점 등 말로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안기형 현대모비스 모듈품질보증팀 차장이 'VMK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 대회'에서 한 시각장애인의 동반주자로 달리고 있다./사진=현대모비스
안기형 현대모비스 모듈품질보증팀 차장이 'VMK 한국시각장애인 마라톤 대회'에서 한 시각장애인의 동반주자로 달리고 있다./사진=현대모비스

'17년째 그들이 달릴때 눈이 돼주는 사람'

2004년 '243㎞ 사하라를 달린다'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요즘에도 가끔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강연 또한 마라톤 자원봉사와 마찬가지로 돈을 받지 않고 한다. 봉사를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는 '장애인 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장애인 체육지도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좀 더 많은 지식을 배워서 VMK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에 5명 남짓한 회원수로 시작했던 VMK는 그가 코치가 된 이후 8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달리기를 하면 무조건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른 사람은 오히려 근육과 근력이 붙고, 살이 찐 사람은 근력을 갖추게 되고 적정한 체중이 된다"며 "비장애인, 시각장애인 모두 달리기로 체력이 좋아지고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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