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문가가 본 北드론쇼…“선진국과 견줄 수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5.1 경기장을 방문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 공연단이 드론을 이용해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8.9.19/뉴스1<br>

LED(발광다이오드) 불빛을 환하게 밝힌 약 200여대 드론(무인기)이 대열을 맞춰 경기장 상공에 늘어선다. 이어 각각의 드론이 비슷한 속도로 각자의 위치로 이동, 간단한 글귀를 하늘에 수놓는다. 또 글자 형태를 유지한 채 180도 방향으로 회전하는 드론 군무가 펼쳐진다.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대열을 유지하는 드론 편대의 절도 있는 비행에 관중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폐막식 장면이 아니다. 북한이 지난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 평양 중구역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진행된 ‘빛나는 조국’ 집단체조 공연에서 보여준 드론쇼다. 당시 북한은 대규모 드론을 띄워 ‘빛나는 조국’이란 글자를 공중에 표시하는 등 퍼포먼스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를 지켜본 국내 전문가들은 “마치 평창올림픽 때 드론으로 ‘올림픽 오륜기’와 ‘마스코트 수호랑’ 등을 연출했던 기술력과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비행 정밀도와 시스템 안전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드론 군집비행 쇼를 위해선 드론의 빠른 이동과 동시 무선 제어기술, 정밀위치인식항법, 실시간 이동측위(RTK) 기술이 필요하다. 수많은 초소형 비행체를 일사 분란하게 이동시키면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비춰진 북한의 드론쇼는 초소형 드론 간 간격과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때문에 이번 드론쇼는 북한이 드론 운용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로 꼽힌다. 한국무인기안전협회 김종복 회장은 “사전에 좌표를 미리 입력해 움직이는 종전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반 드론 운용방식으로는 영상에서 본 것처럼 다수의 드론이 오와 열을 반듯하게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문성태 선임연구원도 “북한 드론쇼는 평창올림픽 때 선보인 기술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군집비행’을 시도한 것”이라며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군집 드론 기술이 미국과 중국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그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 70주년 기념인 지난 9월9일에도 ‘빛나는 조국’ 공연에 드론쇼를 진행한 바 있다. 문 선임연구원은 “여러 대 드론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비행하는 모습에서 실시간이동측위(RTK) 기술의 정밀 제어 오차 범위가 수cm 이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평창올림픽때 추위·강풍 등으로 만에 하나 있을 오작동을 우려해 사전녹화로 진행됐다면 북한 드론쇼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한국드론산업협회 측은 “물론 기상조건을 미리 파악했겠지만, 외부 바람에 강인한 ‘드론비행제어시스템’ 등 기술적 자신감의 발로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