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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쌓기는 우리에게 테니스나 골프치기인 셈이다

[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20 / 평생 땅 파고 돌 쌓는 일도 취미가 된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8.09.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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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쌓기는 우리에게 테니스나 골프치기인 셈이다




“돌담은 틈틈이 남는 시간에 쌓기로 했다. 돌담 쌓기는 우리에게 테니스나 골프치기인 셈이다. 우리 둘에게는 테니스나 골프나 또 다른 운동보다 돌 쌓기가 좋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이 <조화로운 삶>을 펴낸 때가 1954년이다. 그때 스코트는 일흔 하나, 헬렌은 쉰이었다. 책은 두 사람이 버몬트에서 새로운 삶을 실험하기 시작한 1932년부터 메인으로 떠난 1952년까지 20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25년 뒤인 1979년 헬렌과 스코트는 <조화로운 삶의 지속>을 펴낸다. 스코트가 아흔 여섯, 헬렌이 일흔 다섯일 때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52년부터 1979년까지 27년 동안 두 사람이 메인에서 이어간 소박한 삶의 기록이다. 니어링 부부는 말한다.


“우리 자신에 관해서 말하자면,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아직도 더 보람 있고 더 창조에 이바지하는 삶을 꾸리기 위해 늘 묻고 조사하고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뜻을 지닌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나도 두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뜻을 지닌 이들 가운데 하나다. 나 또한 단순하고 소박한 삶 안에서 더 보람 있고 더 창조에 이바지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 그 길은 어떤 길일까? 나는 두 사람의 돌담 쌓기나 연못 파기나 돌집 짓기에서 그런 길을 본다.

둘이 돌담을 쌓는다. 취미 삼아, 놀이 삼아. 놀멍쉬멍! 둘에게 돌담 쌓기는 즐거운 취미 활동이다. 테니스나 골프치기다. '탁 트인 바깥에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마음을 쉬는 일'이다. 돌담은 쌓고 싶을 때 쌓고 싶을 만큼 쌓는다. 크고 작고, 얇고 두껍고, 잘나고 못난 돌들을 저마다 한 무더기씩 모아 놓았다가 시작한다. 땅을 파서 기초를 닦고 돌들의 아귀를 맞춰가며 원하는 모습으로 돌담을 창조한다. 1957년부터 1971년까지 14년 동안 이렇게 만든 돌담이 126미터에 이른다.

둘이 연못을 판다. 밭가 습지를 곡괭이로 파고 삽으로 푸고 수레로 나르며 야금야금 연못을 판다. 바닥을 다지고 벽을 두르고 수문을 세우며 연못을 키운다. 1953년 파기 시작한 연못은 스물다섯 해가 지나도록 계속된다. 연못은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 연못의 물로 여름에는 물을 대고,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탄다.

둘이 돌집을 짓는다. 주로 겨울철 농한기에 바깥 날씨를 보아가며 짓는다. 집도 짓고, 광도 짓고, 뒷간도 짓는다. 그것은 '늘 재미있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 내며 서로를 돕는 일'이다. 거들 사람이 있으면 여럿이어서 좋다. 없으면 단 둘이어서 좋다. 필요에 따라 쉬엄쉬엄 지은 돌집이 버몬트에서 여남은 채, 메인에서 아홉 채다.

“살면서 재미삼아 하는 일이 참 많다. 헬렌은 헬렌대로, 스코트는 스코트대로 하기 좋아하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둘 다 똑같이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돌과 콘크리트를 주물럭거리면서 큼직한 집을 짓는 것이다. 시간과 재료만 있으면 잘 해 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 지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바라보면서, '다음에는 무얼 짓지? 또 돌담을 쌓을까? 온실을 지을까? 사우나를 지을까?'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도 살면서 재미 삼아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으뜸은 걷기다. 나에게 걷기는 테니스나 골프치기다. 차 타러 가는 길은 1번 홀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18번 홀이다. 두어 시간 산책하면 9홀 돌기다. 보통은 이 정도로 한다. 하지만 어쩌다 날 좋고 길 좋으면 하루 종일 걷는다. 이날은 어둑할 때까지 18홀을 두 번 도는 셈이다.

살면서 재미 삼아 하는 일이 반드시 멋지고 화려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남 보기에 좋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빗자루질도, 설거지도, 잡초 뽑기도, 다림질도 다 재미 삼아 할 수 있다. 재미만 있으면 그것이 곧 테니스나 골프치기다. 꼭 돈 들이고, 복장 챙기고,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다. 돈이 없어서 못 즐기는 게 아니다. 즐길 돈이 없다고 돈에 매달리다가 돈에 붙잡히지 않으려면 재미 삼아 하는 일도 단순 소박한 게 좋다.


나에게 걷기는 골프다.
나에게 설거지는 테니스다.
나에게 빗자루질은 컬링이다.
나에게 잡초 뽑기는 명상이다.


​뭐든 가능하다. 기왕이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자. 고역이나 노역을 놀이로 바꾸자. 평생 땅 파고 돌 쌓는 일도 즐겁고 건강한 취미가 되지 않는가. 화려하게 즐기려고 욕심내다가 골병들지 말고 틈만 나면 소박하게 놀자. 그날그날 내 몸 움직이는 일을 오늘의 골프로 치자. 일터 가는 건 1번, 밥상 챙기는 건 2번, 청소하는 건 3번, 시장가는 건 4번, 누구 만나러 가는 건 5번……. 이런 식으로 매일 18홀을 돌자. 니어링 부부를 떠올리면서 돌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9월 22일 (11:5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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