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주' 먹다 과태료…추석 등산객 음주 집중단속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서울 관악구 관악산에서 일부 등산객이 술을 들고 등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달 16일 서울 북한산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 김모씨(30)는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던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산 정상에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술판을 벌이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보기 불안했다"며 "음주 단속이 강화되면서 '정상주(頂上酒, 산 정상에 올라 마시는 술이란 뜻)'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음주산행·정상주 문화는 등산객에 치명적인 사고를 부를 수 있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2~2017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1328건 중 64건(4.8%)이 음주로 발생했다. 음주로 인한 추락사 등 사망사고도 10건으로 전체 사망사고(90건)의 11.1%로 나타났다.

정부는 음주산행을 막기 위해 올해 3월13일부터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음주단속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라 국립공원 정상부·탐방로·대피소 등 거점지역이 음주행위 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계도기간이 끝난 이달 13일부터는 거점지역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1차 과태료 5만원, 2차 이상 위반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는 계도기간이 끝난 이달 13일 이후를 집중단속 기간으로 지정하고 평소보다 많은 인력을 투입해 단속 중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한 거점지역에 단속인력이 4명 정도 투입되는데 지난 주말에는 10여명이 산 정상에 올라가 단속을 실시했다"며 "계도기간을 거치면서 정상에서 술을 마시는 등산객은 많이 줄었으나 지난 주말에도 2건을 단속했다"고 말했다.

단속이 쉽지는 않다. 음주행위 금지구역이 아닌 곳에서 술을 마시고 산에 오르거나 음료수 병에 주류를 담아 오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관계자는 "음주를 하는 행위만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먹고 올라오는 분들은 단속하기 힘들다"며 "얼굴이 빨개지는 등 음주 여부가 확실한 분들에게는 충분한 휴식 후 하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석에도 등산객 음주단속은 계속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추석 연휴에도 등산객들의 음주에 대비해 주요 고지대 단속 활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사무소 직원들이 연휴 때도 쉬지 않고 근무하며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주요 고지대 순찰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