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용노동부 장관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21일 임명된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세 가지 숙제가 내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탓에 후보자 시절부터 붙은 '적폐' 딱지를 떼고, 참사 수준까지 전락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국내 비준을 이뤄내 내년 ILO 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을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26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즉시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을 찾아 김영주 위원장을 만났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민주노총도 방문할 예정이다.

신임 고용부 장관이 양대노총을 방문하는 것은 연례행사지만 취임식 이전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영주 전 장관은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나 업무파악을 끝낸 뒤에야 양대노총을 찾아갔다.

이는 후보자 지명 이후 노동계에서 연이어 나온 '부역자'라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대노총은 이재갑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고용부 차관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점을 공격하며 이 장관을 노동적폐로 지목했다. 김 전 장관 시절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으로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룬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이 장관 취임 이후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장관은 양대노총 방문 외에도 김 전 장관이 추진해온 근로시간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산업재해 사망자 감축, 한국GM 등 대형사업장의 불법파견 시정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자신이 노동적폐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앞으로 있을 노사정 대화를 통한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 장관이 당면한 과제는 일자리문제 해결이다. 청와대가 이 장관을 지명한 것은 전임자인 김영주 장관이 상대적으로 노동정책에 치중했기에 최근 취업자수 증가폭 급감 등의 고용문제에 제때 대응을 못한 점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30여년 고용부에 머물며 고용보험 도입 등 다수의 굵직한 고용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고용통'이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난 17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면을 통해 '대통령이 후보자를 장관에 내정한 이유'를 묻자 "적지 않은 기간 고용노동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일자리 문제 해결과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정식 임명된 뒤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정책들의 효과성을 다시 한 번 평가해 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중앙부처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평가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 총괄기능을 확대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도 중앙부처와 유기적으로 연계토록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연내 비준'을 목표로 추진하는 ILO 핵심협약의 국내 비준도 중요한 과제다. 이는 내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ILO 100주년 총회와 연관됐다. 현재 청와대와 고용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맡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국내에서 비준되지 않은 '강제 노동'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의 비준이 선행돼야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는 국내 법 테두리 안에서 핵심협약을 비준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국회다.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이 장관은 협약 비준을 위한 실무적 준비 외에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정무적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ILO 100주년 총회 기조연설을 맡아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자리에서 그간의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 성과를 알릴 경우 정부의 노동정책들이 국제적 지지 속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점 때문에 정부는 반드시 연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ILO로부터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약속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