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축소되는 예보…금융회사 조사·정보공개 요구 늘릴 듯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8일 예보 본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예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신임 사장이 예보의 금융회사 부실방지기능을 강조하면서 예보가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와 금융감독원에 자료공개 범위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위 사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불이 나지 않도록 사전에 소방기능을 점검하는 소방서처럼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보의 점검기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 사장은 지난 18일 취임사에서도 교통경찰을 예로 들며 예보가 부실 금융회사 정리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부실의 사전예방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금융회사 부실예방기능을 강조한 이유는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예보 내에 역할 축소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역할이 확대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금융공기업과 다른 상황이다.

　특히 예보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돼 부실채권 정리를 주업무로 진행해온 캠코는 부실채권이 줄자 국유재산 관리, 온라인 공매시스템 ‘온비드’ 운영, 장기·소액연체채권 전담관리 등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반면 예보는 우리은행이 민영화하면서 예금자보호 외에 역할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예보는 부실 금융회사 예방기능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조사할 수 있지만 금감원 검사와 중복돼 금융회사 부담이 커진다는 반론이 많다. 그나마 금감원과 공동조사도 지난해 9건에 그쳤다.

　금감원과 한국은행에 금융회사 자료를 요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받기는 어렵다. 위 사장이 취임사에서 “금융회사의 정보와 관련, 중요 자료들의 공유가 원활하지 못해 금융리스크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는 금감원이나 한은처럼 국내 금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특별기구”라며 “해외에서도 예금보험기구는 금융회사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지고 부실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위 사장은 생명보험사를 비롯해 많은 금융회사가 예금보험료가 과도한 재무부담이 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금융회사들이 예금보험료를 감면 또는 면제해달라고 하는데 우리와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취임사에서도 “예금보험료가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