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정책 배후에 대형로펌 '스캐든 인맥' 있다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무역정책의 배후에 세계 최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캐든 압스 슬레이트 미거 앤드 플롬(이하 스캐든)' 인맥이 자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급 공무원 중 스캐든 출신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부터 제프 게리쉬 부대표, 스테픈 본 자문위원, 제이미슨 그리어 비서실장과 파멜라 마커스 부비서실장까지 총 5명이다.

이 중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게리쉬 부대표, 본 자문위원은 스캐든에서 미국 철강산업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함께 로비를 벌이던 사이다. 특히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30년간 중국산 철강 수입을 반대하며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정부 측에 요청해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이래 게리쉬 부대표와 본 자문위원을 USTR로 영입했다.

FT는 "수십 년간 미국 철강산업을 대표해 중국산 철강과 싸워온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 아래 더 큰 규모로 맞서 싸우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불거지자 이들 스캔들 출신 USTR 수뇌부와 미국 철강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임명된 후 미국은 중국만이 아니라 인도·유럽·캐나다 등 전 세계 각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USTR 이외에도 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관련 부서에는 스캐든 출신 또는 철강업체를 대표하는 이들이 포진해있다. 데니스 셰어 세계무역기구(WTO) 미국 대표도 스캐든 출신이다. 스캐든 출신은 아니지만,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유명한 철강 투자자였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자신의 책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에서 철강 문제를 놓고 중국을 비판해 미국 철강업계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빌 라이히 국제경영부 소장은 이 같은 인사를 놓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장일치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비판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내 이처럼 같은 기업 출신들이 자리를 잡은 사례는 거의 없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은행 출신들이 미국 재무부에 대거 등용된 과거 몇몇 사례가 있을 뿐이다.


이에 미국 내 다른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미국 산업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관세폭탄'을 부과하자 보복관세로 각종 물품의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철강을 제외한 다른 산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소재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내 및 외국 대기업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결국 철강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철강제조협회는 최근 로비를 통해 미국의 대중 관세 품목서 아연, 실리콘 등을 제외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USTR은 협회가 요청한 품목의 40%를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워싱턴 소재의 로펌 모우리&그림슨은 "철강업계가 4할을 치면서 선전한 반면에 대부분의 미국인은 삼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FT는 '미국의 WTO 탈퇴'도 철강업계가 줄곧 주장해온 것이라며, 다른 산업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무역 관세정책의 지지자들은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태도다. 워싱턴 소재 로펌의 한 변호사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농업, 서비스와 혁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글로벌리스트(세계주의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득세했지만, 그들의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