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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시트 소동'으로 정부가 배워야 할 것은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입력 : 2018.10.0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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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뒷좌석에 영유아를 태울 때 기사가 카시트를 착용하라고 고지만 하면 규정을 지킨 것으로 보겠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이 “카시트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택시 운전자가 영유아를 카시트에 태우지 않으면 과태료 6만 원을 물어야 하는 데 법 적용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반복된 답변을 요약하면 ‘필요성은 있지만 단속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혼란스럽기만 한 답변이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정안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자신을 영유아 부모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차 없는 집 형편에 30만~60만 원씩 하는 카시트를 무조건 구비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엘리베이터 없는 3층 빌라에서 무거운 카시트를 들고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카시트가 있는 일반차량 운전자도, 단속하는 일선 경찰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4·1세 아이를 둔 일반차량 운전자 이윤주씨(41)는 “뒷좌석에 아이 둘을 태우고 나면 중간에 앉은 어른은 비좁아서 안전 벨트를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현장 홍보에 나섰던 모 교통경찰은 “사실상 카시트 단속은 (영업용 차량이나 일반차량 모두) 어렵지 않겠느냐”며 한계를 인정했다. 여론이 악화 되자 결국 경찰청은 하루 만에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비록 카시트 착용 의무가 원래 있던 법이었다고는 하나 경찰청이 사전에 이런 혼란을 예상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유아의 카시트 착석은 경찰청 발의로 1997년부터 법제화됐다. 하지만 경찰은 매번 카시트를 설치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그간 단속보다 홍보와 계도 위주로 안전활동을 벌여왔다.

2013년엔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버스·택시에 유아용 카시트를 의무 비치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4인 이상의 승객이 한 차량에 탑승하지 못하거나 짐이 많은 승객이 트렁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법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개정이라는 지적이 쭉 있어 왔다.

이번 소동은 의식이나 문화 개선 전에 무조건 법부터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묻지마 규제'가 낳은 촌극이었다. 법이 정착되지 못한 20여 년 간 별다른 고민이나 노력 없이 문구만 외쳐봐야 공염불에 불과하는 걸 보여줬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방법이 서툴면 인정받지 못하며, 작은 빈틈에서 정책에 대한 불신이 발생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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