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털린' 페북, 천문학적 벌금 낼까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FP=뉴스1.

세계 최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이 반복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미국 사용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유럽에선 2조원에 육박하는 벌금 부과 전망이 나왔다. 거액의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사용자 신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美 집단소송, EU 벌금 검토… '사면초가' 처한 페북=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최근 발생한 페이스북의 해킹 사고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을 제기한 페이스북 사용자 2명은 페이스북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미국 집단소송 제도에 따라 페이스북이 패소할 경우 모든 해킹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페이스북에 2조원에 육박하는 벌금을 부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 유럽 지사가 위치한 아일랜드의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이번 사고에 대한 벌금으로 페이스북에 16억3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에서 EU가 지난 5월부터 시행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도 페이스북에 국내 사용자 피해 현황을 요구했다. 향후 조사 결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다만 페이스북이 실제 피해 내용과 규모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조사 개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잠재적 해킹 피해자만 900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해킹 사고를 인지한 직후 관련 정부기관에 알리고, 해킹 대상이 된 5000만개 계정에 대한 액세스 토큰을 재설정했다. 지난해 '뷰 애즈'(타임라인 미리보기) 검색 대상이 된 4000만개 계정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피해 사례가 있는 지 여부에 대해 파악 중"이라며 "액세스 토큰 재설정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서 빼낸 액세스 토큰으로 로그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킹 사고 관련 보안 업데이트를 알리는 페이스북의 영문 공지. /사진제공=페이스북.

◇또 털린 페북, 사용자 신뢰 타격 불가피= 페이스북이 이번 해킹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지난달 25일이다. 이번 해킹 공격은 '뷰 애즈' 기능을 통해 이뤄졌다. 뷰 애즈는 자신의 프로필이 다른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미리 확인하는 기능이다. 해커는 뷰 애즈의 버그를 유발해 5000만개에 달하는 사용자 계정의 액세스 토큰을 탈취했다. 액세스 토큰은 페이스북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는 디지털 암호와 동일하다. 실제 비밀번호를 몰라도 로그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페이스북은 불과 6개월 전 데이터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바 있다. 지난 3월 드러난 데이터 스캔들은 페이스북의 소셜로그인 기능을 개인정보 유출 도구로 악용한 사례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철저한 보안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안전 및 보안 분야 직원 규모를 기존의 2배인 2만명으로 늘리고, 콘텐츠 검증 기술 투자에도 나섰다. 하지만 또 다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지며 보안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스캔들과 달리 페이스북 내부 플랫폼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안겨준다"며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페이스북의 보안 관리 체계상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