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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선의 꿈 싣고 다시 한 걸음

기고 머니투데이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입력 : 2018.10.0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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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1957년 만선의 꿈을 싣고 인도양으로 출항한 '지남호'를 시작으로 우리 원양어선들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수산강국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1970년대에는 원양어선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에 이를 만큼 원양산업은 경제발전의 초석을 닦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산인의 자긍심으로 대양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어로에 종사하고 있는 원양선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은 1977년에 850척까지 늘어났지만 유엔 해양법 발효 이후 계속 감소해 현재는 221척까지 줄어들었다. 1990년 92만톤에 이르던 어획량도 절반 수준인 47만톤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원양산업의 세력 약화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원양어선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원양어선의 88%인 195척이 선령 20년 이상이고 이 중 24척은 40년 이상된 어선이다.

원양산업 초기에는 자본이 부족하고 국내 조선기술이 미흡해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중고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어선을 확보했다. 이후에도 수출 증대와 어장 확보를 위해 어선세력 확장을 서두르다 보니 어선을 신규로 건조하기 보다는 중고선에 많이 의존하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양어선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낡은 어선으로 조업하다가 소중한 생명을 잃는 해양사고들도 여럿 발생했다. 2014년 12월, 53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룡호 침몰사건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원양어선의 노후화는 비단 '안전'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후 어선은 가동률과 생산성이 저하되고 수리와 조업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어렵게 잡은 어획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이 어려워져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선실이 좁고 복지공간도 부족한 원양어선을 보면서 수산계 학교 졸업생들이 원양산업으로 진출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고심스런 문제다. 원양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변화와 혁신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1970년대 우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계획조선사업을 실시했고 많은 원양어선들이 이 사업을 통해 새로 건조됐다. 계획조선은 원양어업의 선진화는 물론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 개발도 크게 진전시켜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제공했다.

해양수산부는 새로운 방식의 원양어선 건조 지원을 통해 원양산업의 영광을 재현해 가고자 한다. 내년부터 2023년까지 1700억원 규모의 '원양어선 현대화 펀드'를 조성해 중소 원양선사들의 신규 어선 건조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 펀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원양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조선업 중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원양어선의 안전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다.

가장 전통적인 산업인 수산업이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이 전망하고 있다. 원양산업은 그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전 대학(大學)에는 '심성구지(心誠求之) 수부중불원의(雖不中不遠矣)'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진실로 그것을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 않더라도 멀리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경쟁도 치열하고 국제적인 규제 강화 등 우리 원양산업이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지만, 원양업계와 정부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 건조한 원양어선에서 우리 선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만선의 노래를 부르며 귀항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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