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이면 무조건 죽여라? 동물학살일뿐"

2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열린 '탁상행정 살처분 명령 취소청원' 기자회견에서 유소윤 참사랑 동물복지 농장주(55)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세계 농장동물의 날인 2일 정부의 동물 살처분 방침을 비판하는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살처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2일 동물권행동 카라, 녹색당 등은 청와대 분수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구체적 기준 없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살처분 명령이 남발되고 있다"며 "탁상행정식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농림부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는 반경 3㎞ 이내 예방적 살처분 강화도 포함돼 있다"며 "방역 실패의 원인이 더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도 되는 듯 반성을 모른 채 답답한 생명경시 행정이 답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AI·구제역 방역보완 방안'에서 예방적 살처분은 발생농장 주변 3km 방역대 내를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발생농장은 명령 후 24시간, 주변 농장은 72시간 이내에 살처분을 완료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으로 약 74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상희 서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살처분 광풍이 몰아칠 때 몇만 마리가 살처분 됐는지는 논의되지만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할지는 논의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모든 책임을 농가에만 미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살처분 남발 중단하라', '역학조사 실종된 살처분 남발 각성하라' 등 피켓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한 전북 익산의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 유소윤씨(55)도 참석했다. 유씨에 따르면 이 농장은 지난해 3월 조류독감 발병 농가 반경 3㎞ 안에 있다는 이유로 익산시에서 살처분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유씨는 "조류인플루엔자 검사에서 비감염 판정을 받았고 이상 증세도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현재 익산시는 유씨를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다.

유씨는 "잘못된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고 제대로 된 역학조사에 근거해서 살처분을 명령하라"며 "재량권을 남용하면서 이뤄지고 있는 탁상행정식 살처분 조치를 시정하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이날부터 매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살처분 방침에 동물보호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3㎞ 내 예방적 살처분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무고한 동물학살일뿐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만약 전염병이 발생하면 일정 구역을 설정한 후 예방백신을 접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학장은 "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방역하는 입장과 농가의 입장이 상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살처분 준비가 부족해서 동물의 권리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우 학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방역을 담당하는 부서와 이를 평가하는 부서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각 동물이 생태계의 지위에 맞는 생명체로서 죽을 때까지 그에 맞는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