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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풍등에 뚫린 에너지 안보

경질유 소비 6일분 석유제품 관리체계 풍등 앞에 무너져

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입력 : 2018.10.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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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저유소 화재는 한 외국인 근로자가 우발적으로 날려보낸 풍등(소형 열기구)이 발단이 된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저유소 주변에 떨어진 풍등 불씨가 잔디밭에 옮아붙었고 불은 저유소 유증환기구를 통해 내부 화재를 일으켰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다.

주유소 140여 곳 탱크를 모두 채울 수 있는 유류(약 440만리터)가 저장된 해당 시설은 대한송유관공사(이하 공사)가 판교와 대전, 천안, 대구, 광주 등에서 관리하는 저유소 중 하나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 저유소와 송유관로를 포함, 약 6억5000만리터(41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보관하고 있다.

국내 경질유 소비량의 6일분에 해당하는 공사 전체 석유제품 관리시스템 중 한 곳이 풍등 하나에 뚫린 셈이다. 이번 화재 자체는 석유제품 약 266만리터를 태워 소방서 추산 43억원 가량의 재산 피해를 내는데 그쳤지만, 국가 에너지 안보에 허점이 노출된 사안이다.

일차적 책임은 시설 관리 주체인 공사에 있다. 1990년 정부와 정유 5사 및 항공 2사가 합작해 설립한 공사는 사실 이름만 공사일 뿐 민영 저유소·송유관 운영사다. 2000년 민영화됐으며 지난 1월 기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지분율이 각각 41%, 28.62%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불이 난 고양 저유소 탱크에는 화재 열감지 센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탱크 안쪽에는 3개의 센서가 있었지만, 온도계와 유온계 깊이 측정기로 화재시 즉각적 대처를 위한 장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설비에는 유증기 회수 장치(탱크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전환해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유증환기구쪽으로 옮아붙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 유류 관리 규모에 걸맞지 않은 안전 불감증이다.

정부의 안전 관리 제도도 허술했다. 고양 저유소는 2014년 이후 외부 정밀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해당 설비가 정부 저장 유량 기준(1억5000만리터)에 미치지 못해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11년마다 한번 외부 진단을 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공사 관리 저유소 중 판교 저유소만 이 기준을 충족해 연간 두 번 점검을 받을 뿐이다.

고작 풍등에 뚫린 유류 관리 체계가 의도와 계획을 갖춘 행동 앞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부와 공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류 관리 체계를 물샐 틈 없이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에서 유류 관리 체계의 허점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자수첩]풍등에 뚫린 에너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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