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뺀 네이버 모바일…토종 포털 왕좌 지킬까

네이버가 모바일 첫 화면을 확 바꾼다. 뉴스와 실시간급상승 검색어(실급검)가 빠지고 녹색 검색창만 남긴다. 네이버 메인창을 뉴스·정보 제공창에서 구글 검색과 같은 검색창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다. 뉴스, 커머스, 콘텐츠 등 네이버 기반 모바일 생태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의 트래픽 감소와 사용자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 빠진 첫화면, '검색' 중심 개편=네이버가 10일 ‘커넥트 2019’ 행사에서 밝힌 모바일 메인화면 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뉴스와 실급검이 빠진다. 검색창만 남은 모양이 언뜻 구글 검색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인공지능(AI)기반의 터치검색 ‘그린닷’ 버튼을 배치해 차별화했다. 사용자 시간, 위치, 현재 보고 있는 정보의 종류 및 언어 등을 파악, 콘텐츠를 자동 추천해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뉴스 또는 노란 실크 원피스를 보다가 그린닷을 터치하면 콘텐츠 및 상품 추천 기술을 활용해 관련 뉴스를 추천하거나 노란색·실크소재·원피스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보여준다. 음성·사진·장소 검색과 외국어 번역 등 기능도 제공한다.


메인 화면에 있던 뉴스와 실급검 콘텐츠는 옆으로 밀면 나타나는 뉴스판과 검색차트판으로 옮긴다. 예전에는 오른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 가능했지만, 새로운 첫 화면에서는 왼쪽으로 페이지를 이동할 수 있다. 네이버는 첫 화면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 페이지를 각각 ‘이스트랜드’와 ‘웨스트랩’으로 명명했다. 다양한 주제판이 배치되는 이스트랜드는 텍스트 중심 UI(사용자 환경)를 유지한다. 웨스트랩에서는 쇼핑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술적 서비스 시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새로운 네이버 모바일 화면은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뉴스 7개와 20개 실급검이 첫화면에서 3000만명(일 평균 방문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현상에서 (개편) 고민이 시작됐다”며 “첫화면을 중요한 발견의 공간으로 다양한 사용자와 파트너를 연결하기 위해 새롭고 과감한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10일 오후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에서 모바일 메인화면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맞춤형' 포털 진화 노력…트래픽 저하 우려=네이버의 모바일 화면 개편은 '드루킹' 사태를 계기로 뉴스·실급검 조작 논란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사용자 맞춤형 포털로 진화하기 위한 시험 무대다.


모바일 네이버가 첫선을 보인 2009년 월간 이용자는 35만명. 하지만 지금은 방문자가 3000만명으로 10년 새 100배 성장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네이버 뉴스의 편집과 여론 조작 가능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올해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가짜뉴스와 댓글조작 논란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으로 화면에서 네이버의 편집권을 최대한 배제하고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내주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기대다. 화면 개편 시 이용자들은 각 언론이 편집하고, 이용자들이 선택한 뉴스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트래픽이 줄면서 광고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의 ‘2018 포털 이용행태 조사’(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중 71.5%가 네이버를 이용했고, 다음은 16.3%, 구글은 8.3%를 차지했다. 네이버 영향력이 줄어들 지 않는데는 첫 화면에서 뉴스와 날씨, 생활 정보 등 포털 편집자들이 골라 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른바 ‘네이버식 포털’에 이용자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개편되는 모바일 메인화면은 이용자들 스스로 정보를 적극 검색해야 한다. 소비행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그린닷’ AI 추천기능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도 지켜봐야 한다. 한편 네이버는 모바일 메인 페이지 개편에 이어 빠르면 이달 말 별도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뉴스 정책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