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브랜드 인지도' SM그룹 건설사, 미분양·자금부담 속앓이

연이은 중견건설사 인수로 주목받던 SM그룹이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SM그룹 계열 건설사 우방산업, 동아건설산업 등의 분양사업장에서 청약미달이 속출했다.
　
지난달 우방산업이 분양한 인천 서구 ‘검단오류역 우방아이유쉘’은 특별 및 일반공급 청약에서 420가구 모집에 102명만 지원해 318가구가 미달됐다. 지난 5월에는 동아건설산업이 공급한 ‘태백 장성 동아 라이크텐’ 202가구 모집에 3명만 지원해 미달률이 98%에 달했다.
　
SM그룹은 수년간 중견건설사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건설부문 계열사는 △우방산업 △우방 △삼라 △동아건설산업 △경남기업 △삼환기업 △SM상선 건설부문 △티케이케미칼 건설부문 △대원건설산업 등으로 정비했다.
　
그룹 내 공동 아파트 브랜드로 ‘우방아이유쉘’이 있고 ‘라이크텐’(동아건설산업)과 ‘아너스빌’(경남기업)도 사용하지만 모두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에 미분양 물량 소진 속도도 더디다. 지난해 9월 청약이 진행된 경기 안성 ‘공도 우방아이유쉘’은 1년이 지난 8월말 기준 총 715가구 중 31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충남 천안 ‘천안역사 동아 라이크텐’(992가구)도 지난 8월 말까지 524가구가 팔리지 않았다.
　
SM그룹은 분양단지를 임대아파트로 전환하거나 ‘깜깜이분양’ 등으로 미분양문제에 대처한다.
　
지난해 6월 공급된 충북 청주 ‘오송역 동아 라이크 텐’은 970가구 모집에 341명이 지원했지만 대거 미계약이 발생해 93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고 결국 2개월 만에 임대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분양된 ‘검단오류역 우방아이유쉘’은 깜깜이분양을 실시했다.
　
깜깜이분양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양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미분양을 만든 뒤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판매대상 범위가 넓은데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건설사 또는 미분양이 예상되는 분양현장에서 사용되는 꼼수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선 해당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임대전환 및 깜깜이분양으로 분양시기를 미룬다면 공사비 회수도 늦어져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조달자금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SM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분양미수금(분양사업에서 받지 못한 잔금 및 중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우방산업의 ‘분양미수금’은 전년 대비 200억원 늘었다. 삼라와 SM상선도 분양미수금이 각각 2016년 190억원, 9400만원에서 1년 만에 390억원, 58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건설사는 자금이 적고 금융조달도 불리해 분양이 미뤄지면 리스크가 커진다”며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자금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