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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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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름의 영속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한다. 이런 교체로 브랜드는 새 생명을 얻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별 인상도 남기지 못한 채 브랜드의 모기업과 임명된 디자이너 자신,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고통만 안기기도 한다.

올해도 굵직한 교체들이 몇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큰 화제인 건 셀린느다. 셀린느는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10여 년 전 부진을 겪고 있던 셀린느는 새로운 디렉터로 피비 필로를 데려왔다. 이후 브랜드는 크게 바뀌는데, 매출뿐만 아니라 이미지의 확립에서도 그렇다. 피비 필로의 셀린느는 여성의 섹시함을 여성의 능력 혹은 힘과 결합하는 기존 하이패션에서 흔히 보이는 태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런 것 없이도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스마트하고 편안한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어냈고,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패션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입는 패션을 이끌었다. 필로필스라는 이름이 붙은 확실한 팬층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모기업인 LVMH는 최근 들어 셀린느를 여성복을 넘어서 쿠튀르, 남성복, 액세서리 등을 총괄하는 커다란 브랜드로 키우려고 결심했고 이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그러니까 큰 덩치의 브랜드를 맡아 상업적 성공으로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에디 슬리먼을 데려왔다. 그는 디올 옴므와 생 로랑을 거치면서 상업적 능력을 증명해온 과거가 있다. 그리고 첫 번째 컬렉션이 9월 말 파리에서 공개되었다. 이 패션쇼는 슬림핏과 스키니핏, 어린 얼굴의 마른 모델들, 스틸레토 힐과 뾰족한 구두, 몸에 달라붙고 반짝이는 베이비돌 같은 드레스로 채워졌다. 이후 몇 가지 지점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우선 셀린느의 후퇴다. 셀린느는 점유하고 있던 ‘여성을 위한 새로운 패션’이라는 자리에서 곧바로 전형적인 과거의 럭셔리 하이패션으로 복귀했다. 최근의 이슈였던 자기 몸에 대한 긍정, 피부 색 문제 등의 문제도 잊혀졌다. 대부분의 모델은 슈퍼 슬림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등장한 모델 96명 중 87명이 백인이었다. 또 하나의 논란은 동어 반복이다. 이전의 흔적을 치우고 새로운 아이덴터티를 정립했다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의 권한이다. 다만 이번 셀린느에서는 에디 슬리먼이 예전에 디올 옴므나 생 로랑에서 보여줬던 것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등장했다는 점이다. 결국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SNS 등에서는 “생 로랑 2.0”, “뉴 셀린느, 올드 생 로랑”라는 조롱이 나왔다.

물론 어떤 디자이너가 자기의 패션 세계를 유지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 차별화가 가능하고 다른 옷 대신 자기가 만든 옷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덴터티의 유지는 그냥 똑같은 걸 계속 낸다는 뜻도 아니고 시대의 흐름을 혼자 초월한다는 뜻도 아니다. 게다가 그 과거의 패션이라는 게 바로 지금 모두들 극복하려는 과거의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 그가 패션계를 떠나 있던 최근 몇 년 사이에 패션계와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리고 그는 이 변화를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있거나, 이 정도 수준의 디자이너가 이런 변화를 모를 수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에디 슬리먼이 굳이 앞서 나가야만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나간 과거나 백래시를 파는 사람들은 많다. 패션계의 트럼프라는 농담은 그래서 나왔다. 하필 셀린느가 그런 역할을 맡게 되었을 뿐이다. 또한 스타 디자이너의 시대가 오면서 어떤 브랜드로 옮겨가든 따라가면서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슬리매니악이라고 부른다)은 생 로랑 이후 몇 년간 신제품을 기다려왔고 이 새로운 셀린느를 환영하고 있다.

아무튼 셀린느는 지금 보이는 미래를 선택했다. 뭘 보여줄지 확실하게 알 만한 사람을 데려왔고, 그걸 어떤 반전도 없이 거의 그대로 보여줬다. 과연 2018년 말 현재의 시점에서 과연 어느 방향이 미래를 만들어내고 더 설득력 있는 새로운 패셔너블함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에디 슬리먼뿐 아니라 셀린느라는 이름의 명암이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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