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장, 험난했던 국감 데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첫 국정감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수차례 지적을 받았다. 채용비리 검사, 즉시연금 일괄구제 등 논란이 됐던 사안들 때문에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에 대한 국감에서 윤 원장은 시종일관 답변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감원의 업무가 방대한데다 질의도 구체적인 경우가 많아 윤 원장은 첫 국감을 앞두고 상당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몇명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답변이 불성실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는 국감 내내 지속됐다. 실무진의 도움을 받아 답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다 못한 민병두 정무위원장이 윤 원장에게 "팁을 주겠다"며 "'잘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순응적인 답변이 많은데 의원들이 꼭 그런 답변을 좋아하는게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임한지 5~6개월 지났고 첫 국감 데뷔인데 이렇게 부실하게 준비했을까 싶다"며 "국감 끝나면 조직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체크하라"고 꼬집었다.

특히 미 재무부가 지난달 20~21일 국내 7개 은행에 전화회의를 요구해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한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의원들에게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윤 원장이 현안 파악하는데 시간을 주자며 정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 위원장이 나서 정회를 하는 대신 "수석부원장이 이석해 답변을 준비해 오후 국감에서 제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해 정리했다.

윤 원장의 답변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 임직원들을 질책했다. 최 의원은 "질의가 나오면 담당자가 메시지 전달해서 바로 보고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보기에는 간부들이 원장을 물먹이는 것 같다"며 "개혁적 원장이 왔다고 사보타지(태업)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래서 어떻게 원장이 일을 하느냐"며 "원장은 국감 끝나고 나면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정태옥(무소속) 의원은 "윤석헌 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민간은행에 대한 간섭이 노골화됐다"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경영에 간섭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금감원이 과도하게 민간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김용태(자유한국당) 의원도 즉시연금 일괄구제 문제를 거론하며 "이런 식으로 금융회사나 시장에 법적 근거도 없이 개입하는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도 윤 원장이 학자시절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첫번째 과제로 금리, 수수료 등 상품가격 자율화를 강조했다"며 "(하지만) 원장의 소신이 꺾이는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특히 "금융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금융산업도, 국가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며 "평소 소신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같은 당의 전해철 의원은 "금리 등 여러 경제적 문제에 대해 금감원이 오히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소신과 개혁적 생각을 갖고 있는 윤 원장이 좀 더 소신있게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과도한 개입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선을 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며 "소비자 보호나 시장 건전성 등이 침해 당하는 부분은 가급적 자율적 방법을 통해서 이끌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