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장님 '빽' 사라고 원비 냈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에 파장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비리 유치원을 처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까지 사립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총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적발 금액은 총 269억원이다. 이는 감사 결과를 수용한 유치원만 포함된 결과며, 불복하거나 소송 중인 곳은 명단에서 빠졌다.


박 의원 측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2013~2018년까지 감사 적발 유치원 수, 적발 건수, 금액 기본 통계파일과 2014~2018년 감사 결과 보고서, 감사 결과 리스트 엑셀 파일 자료를 공개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성을 위해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는 유치원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유치원들의 비리 백태가 담겼다. 일부는 교비를 명품가방 구매에 쓰거나 자신의 차에 넣는 기름값을 결제하고 종교기관에 헌금하기도 했다. 술집이나 숙박업소에서 교비를 쓴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유치원의 실명과 자세한 위반 사항까지 드러난 감사 결과는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감사결과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이 커지면서 '비리 유치원 목록'은 이틀째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부모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는 성토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역유치원의 비리사실을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유하며 문제가 된 유치원을 알리고 있다.

상당수 학부모는 오랫동안 신뢰해 온 유치원에 배신감을 드러냈다. 인천 A 학부모 카페의 한 이용자는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명단에 있어 혼란스럽다"며 "그동안의 신뢰가 무너져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충남지역의 한 학부모는 "내가 낸 돈이 원장들 백(가방) 사는데 쓰였다니 어이 없다"며 "학부모 돈은 눈먼 돈"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엄벌을 통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B 학부모카페의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는 항상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봐주고 넘어가는게 문제"라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원장 자격도 박탈해 다시는 유치원을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감사결과가 나와도 유치원은 영업을 계속하면 그만"이라며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갔다. 13일 오전 11시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 온 비리유치원 관련 청원은 약 30개에 달한다. 청원인들은 △사립 유치원에 대한 국비 지원 제한 △비리 연루 유치원 폐원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등을 촉구하고 있다.